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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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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정주영~김정일 어떤 이야기 오고 갔나

  • 기사입력 : 1999-10-04 00:00:00
  •   
  •  현대측이 전한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의 두번째 만남을 엮어 본다.
     10월 1일 오전 10시 정 명예회장이 묵고 있던 평양 백화원초대소로 한통
    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는 조선아시아
    태평양평화위원회측으로부터의 전갈이었다.

     김위원장이 지난달 23일 함경남도로 현지지도를 나선 뒤 평양으로 돌아오
    지 않아 귀환 일정을 이틀씩이나 미뤄가며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일정
    을 하루 연기한 끝에 만날 수 있었던 지난해보다 더욱 애가 타고 있던 순간
    이기도 했다.

     장소는 지난해 만났던 백화원초대소가 아닌 함경남도 흥남 서호초대소,
    오찬 면담이었다. 정 명예회장 일행은 서둘러 백화원초대소를 나섰다. 그래
    도 넥타이까지 풀어 놓고 있다 김위원장의 급작스런 방문에 당황했던 지난
    해 10월 31일 밤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평양비행장에서 비행기가 출발한지 40분후 흥남 선덕비행장에 도착했다.
    서호초대소에 도착하니 낮 12시40분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자 오후 1시 김위원장이 나타났다. 『안녕하셨습니까,
    장군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명예회장 선생』. 11개월여만의 두번째 만
    남이 시작됐다. 김위원장과 정 명예회장이 사진을 먼저 찍고 다음으로 정몽
    헌(鄭夢憲) 현대 회장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위원장은 건강해 보였고 지
    방출장이 잦은 탓인지 얼굴은 다소 검게 탄 듯했다.

     김위원장과 정 명예회장, 정 회장외에 북측에서 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장과 송호경 부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면담이 이뤄졌다. 그간 있
    었던 금강산관광사업 얘기가 오갔다. 정 회장은 『휴게소와 공연장이 건설
    됐습니다』라고 설명하자 김용순 위원장이 『교예공연(서커스)이 인기 있습
    니다』라고 거들었다.
    『온천장과 부두공사도 하고 있습니다』(정주영) 『1천명이 온천을 한다는
    데 물은 충분합니까』(김정일) 『충분합니다』(김용순). 김위원장은 김용
    순 위원장으로부터 정확히 보고를 받고 있는 듯했다. 정 회장은 지연되고
    있는 외국인 금강산 관광 얘기를 꺼냈다. 김위원장은 『즉시 시작하자』고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김위원장은 서해안공단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제품은 무엇을 생산
    해 어느 나라에 수출할 겁니까, 기간은 얼마나 걸리지요』(김정일). 공단
    내 주거시설에 들어설 집을 지으면 미리 건물(모델하우스)을 보여주면 좋겠
    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위원장은 『공단건설에는 대찬성입니다』라며
    『정확한 위치와 규모는 실무진들이 현지답사한 뒤에 결정하자』고 말했
    다. 김위원장과 정 명예회장 일행은 이를 민족적 사업으로 빨리 추진하자
    고 합의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찾아 보자고 의견을 나눴다.

     화제가 농구로 이어졌다. 김위원장은 『올 12월중으로 서울에서 농구경기
    를 하라』고 지시했다. 예기치 않은 선물이었다. 또 체육교류를 정기적으
    로 곧 개최하라고 지시했다. 김위원장은 이번 농구경기를 못봤지만 기술자
    (전문가)들로부터 보고는 받았다고 했다. 『여자는 남쪽이 이긴 것 같다.
    남자는 우리 벼락팀의 평균 나이가 22세로 지난 3년간 농구육성을 위해 노
    력을 많이 했다. 이번 경기를 위해 이명훈(북한의 세계최장신 농구선수)이
    소속된 팀과 연습을 많이 해 기량이 향상돼 이긴 것 같다』(김정일) 『12월
    에 남쪽에서 시합을 하면 우리팀들이 텃세 때문에 고생 좀 할 것같다』고
    농담도 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 대화가 진행되자 정 명예회장은 마음속에 있던
    김용순 위원장 초청 얘기를 꺼냈다. 『서해안공단사업을 위해서는 김용순
    위원장과 아태 관계자들이 현대를 방문해 이해를 같이 하는게 필요합니다.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위원장은 김용순 위원장에게 『(서해안공
    단) 사업계획이 확정될 무렵에 다녀오라』고 했다.

     한시간 가량 면담을 마치고 오찬으로 이어졌다. 정 명예회장의 모습을 카
    메라에 담기 위해 함께 방북한 이은봉 과장도 합석했다. 함흥냉면이 식단
    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오찬때 화제는 냉면 이야기가 많았다. 김위원장은
    평양냉면을 좋아하는지 『함흥냉면은 별미니까 이번에 조금만 드시고 평양
    에 가서 냉면을 많이 드시지요』라고 했다. 『평양냉면은 모밀로 만들고 함
    흥냉면은 감자전분으로 만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뱀장어도 메뉴였다.
    남쪽과는 다르게 뱀장어를 쪄서 내왔다. 『남쪽에서도 뱀장어를 먹습니까』
    (김정일) 『서산농장에서 뱀장어가 많이 나와 많이 먹고 있습니다』(정주
    영) 오찬은 3시30분이 돼서야 끝났다. 정 명예회장은 만나주셔서 감사하다
    고 인사를 했고 김위원장도 잘 가시라고 했다.

     이들이 헤어진 뒤 베이징(北京) 지사로 『명예회장께서 내일(2일) 오전
    10시께 돌아가실테니 준비하라』는 김윤규(金潤圭) 사장의 지시가 전해졌
    다. 이때쯤해서 외부에서 가슴조이며 소식을 기다려온 현대 관계자들에게
    도 사실상 면담이 확인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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