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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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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맛, 그리고] (8) 옻닭

  • 기사입력 : 2002-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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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 옻닭」이란 이름만 믿고 함양으로 향했다.
    함양 아닌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함양옻닭」집만 해도 수백 곳은 족히 될
    정도로 유명한 음식이니, 본고장을 찾아가면 옻나무고 옻닭이고 지천으로
    널려있겠다는 막연한 기대로 나선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칠선계곡으로 유명한 함양의 서쪽끝 마천면에 가까워지면
    서 옻나무가 드물잖게 눈에 띈다.
    삐죽 솟은 줄기에 억센 잎모양. 민감한 사람은 근처에만 가도 옻이 옮아버
    릴 만큼 독성이 강하다니 가까이 가서 살펴보기는 내심 겁난다.

    함양에는 옻나무만큼이나 많은 옻닭집이 있다. 특히 추성리를 중심으로
    한 칠선계곡 지역과 백무동 계곡이 옻닭으로 유명한데, 거의 모든 한식당에
    서 옻닭을 내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함양 마천면 의탄리의 한 옻밭에서 40년째 옻을 재배하고 있다는 김영애
    (57)씨를 만났다. 김씨 부부는 6년 이상 된 옻나무를 토막내거나 껍질을 벗
    겨서 근처 식당과 인근 도시의 「함양 옻닭」집들에 옻을 대주고 있다고 한
    다.

    김씨의 조카내외가 한다는 옻닭집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행 셋
    중 둘은 옻이 옮고, 한명은 먹어본 적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다른 음식을
    시켜 먹는다, 죽만 먹는다 의견이 분분하다가 결국 옻알러지를 예방한다는
    알약을 털어넣고 옻닭을 시켰다.

    옻닭을 만드는 데는 꼬박 한시간이 걸린다. 그것도 닭삶는 용기를 가마솥
    에서 압력솥으로 바꾸면서 크게 단축된 시간이란다. 토막낸 옻나무를 솥에
    넣은 뒤 물을 부어 팔팔 끓여서 우려내고, 여기에 잘게 벗겨낸 옻껍질을 넣
    어서 다시 한번 끓인다. 이렇게 만든 옻국물에 감자 하나를 안긴 닭을 넣
    고, 찹쌀·대추·밤을 촘촘한 망으로 싼 뒤 함께 넣어서 푹 삶으면 옻닭이
    된다.

    옻닭에는 대량생산해 낸 퍼석한 닭이 아니라 놓아 기른 닭이나 토종닭이
    쓰인다. 육질이 무르면 오랜 시간 가하는 열과 압력을 견디지 못해 살이 퍼
    지고 마는데 근육이 질기면 오래 삶아도 고기가 쫄깃하기 때문이란다.

    기다린 끝에 옻닭과 옻밥이 상위에 올랐다. 먼저 노르스름한 옻닭국물에
    소금을 넣어 간한 뒤 닭과 함께 삶아낸 뜨끈한 찹쌀밥을 한숟갈 말아 먹는
    다. 옻 특유의 알싸한 향이 먼저, 구수하고 시원한 닭국물 맛이 따라붙는
    다. 쫀득하게 잘 된 찹쌀밥과 달달한 대추, 밤맛도 좋다.

    한사람이 김이 모락나는 쫄깃한 닭을 죽 찢어서 소금에 찍어 먹기 시작하
    자, 옻이 옮는다며 야단이던 일행도 견디지 못하고 이내 손을 가져간다.

    식당 주인 서귀자(40·추성골가든)씨는 『길(대진고속도로)난 뒤로는 대
    전 손님도 많아졌지만, 일부러 옻닭을 찾아오는 전라도 손님은 옛날부터 많
    았다』며 자랑에 침이 마른다.

    맛도 맛이지만 옻닭이 이만큼 유명해진 것은 예부터 전해오는 옻의 효능때
    문일 것이다. 옻닭이란 음식의 유래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방약합편」(황도연 저·조선후기), 「동의보감」 등 의서에서는 옻이 어
    혈(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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