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9일 (일)
전체메뉴

[금요칼럼] 민주당은 지금 몇시?

  • 기사입력 : 2002-07-26 00:00:00
  •   

  • 민주당이 여당도 야당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의 탈당이후 생긴 변화이다. 무엇보다 과연 대통령선거를 치르자는 정당인
    지를 의심케 한다. 마치 군소정당이 하는 것과 같은 어떤 변화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국회의원 의석이 달리는 원내 제2당이긴
    해도 사실은 여당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에 걸맞게 정당 리더십이 바로
    서야 하겠건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리더십 부재로 위기적 상황에 노출
    돼 있다.

    그런데 리더십 부재란 리더십의 혼재로 생겨났다. 배를 끄는 사공이 너
    무 많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만큼 당의 리더십은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후보를 정점으로 해야 할 것이나 이게 잘 안되고 있다. 말하자면 `노
    심(盧心)’, 곧 노 후보의 의중이 당의 정책이나 진로에 잘 실리지가 않는
    다. 한때는 노무현 바람인 `노풍(盧風)’이 전국을 강타했지만 지금은 `그
    리운 옛날’이 되고 있다. `노풍’이 대국민적인 영향을 말한다면 `노심’
    은 당내 지도력을 뜻한다고 하겠다.

    한나라당의 이회창후보는 어떤가. 한나라당에선 당의 정책이나 인사를 좌
    지우지하는 `창심(昌心)’이 본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인 `창풍(昌風)’은 이상하게도 일지 않았다. 이 점은 민주당의 노후보가 `
    노심’은 없이 `노풍’이 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잘 알다시피 이 후보는 지
    금 노 후보를 상당한 차이로 앞지르고 있다.

    이것은 그의 `창풍`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실정(失政)에서
    오는 반사이익이라 하지 않던가. 뒤집어 말하면 `노풍’이 되살아나거나
    김 대통령의 `실정`이 시정된다면 한나라당의 지지는 처음 `노풍`이 일던
    때처럼 다시 사그라질 수 있다. 동시에 이는 곧 한나라당이 계속 `창풍’
    의 창출 없이 선거를 맞는다면 전날 `노풍’을 맞아 휘청거렸을 때를 반복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현재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게 절실한 것은 `창풍`의 창출이
    고, 반면 민주당과 노 후보에게 절실한 것은 `노심`의 창출이라 하게 된
    다. `노풍`이 주춤해진 것은 그의 당내 리더십 부족, 곧 `노심`의 결여라
    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내에서조차 이른바 `비노(非盧)·반창(反昌)’
    논의가 활발한 것은 무엇을 뜻할까. 한 마디로 노 후보가 이 후보의 대항마
    로선 역부족이라는 것 아닌가. 이같은 전제 아래 후보 교체론이 은연중 번
    져 나와 신당 창당론으로도 포장되기도 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이런 상
    황이생겨나게 된 데에는 노 후보 본인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당초 노 후보는 이 후보에 반대되는 전략을 펴왔다. 서민풍과 함께 철저
    히 `제로섬`(영점)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일체의 기득권을 갖지 않겠다
    는 당당한 태도였다. 곧 6·13 지방선거와 관련한 대통령후보 재신임론이
    그것이었다. 이에 대한 여부는 일단 8·8 재보선 후로 미뤄져 있으나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극히 불리하다는 여론이 돌고 있고 이에 따라 그의 재신
    임 문제는 당의 진로와 결부돼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분당의 가능성
    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는 민주당 지도부의 권력 혼재이기도 하다. 이를테
    면 중도포럼과 개혁포럼, 주류와 비주류, 동교동 구파와 신파, 최고위원과
    초재선의원 등, 가히 백가쟁명기인 셈이다. `김심’(김 대통령)이 빠지면
    서 생긴 공간을 `노심`으로 채워 전열을 정비했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않
    은 것이다. 이 결과 `노풍`도 식고 제세력간의 이해 갈등 및 충돌로 주류
    를 제외하고는 모두 변화만 바라고 있다. 신당론만 하더라도 노 후보 중심
    의 것도 있고 정몽준·박근혜 의원 등의 소위 제3세력까지를 아우른 것도
    있다. 이런 적전(敵前) 분열 현상을 보이는 민주당은 지금 `몇시`인가.
    /허도학 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