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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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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이번엔 한반도기 날릴까

  • 기사입력 : 2002-08-09 00:00:00
  •   

  •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기(旗). 이것이 처음 쓰인 것
    은 91년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남북측 재일
    동포들이 서로 합의해 만들었다. 이후 한반도기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아리랑
    과 함께 등장해 민족화해의 상징이 됐다. 실제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서 남북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나란히 입장, 세계인의 갈채를 받기도 했
    다.

    이러한 한반도기가 아주 크게 제작되어 좀더 세계인의 이목을 끌 뻔한 일
    이 지난번 월드컵 축구 때 있었다.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에서였다. 붉은
    악마들은 동·서독의 통일을 의식, 우리도 그처럼 통일을 염원한다는 뜻으
    로 가로 40m·세로 60m의 대형 한반도기를 제작했으나 막상 쓰지는 못했
    다. 정치색 배제라는 국제축구협회의 규정을 준수해서다. 그 한반도기가 내
    달 8일이면 관중석에서 날릴 것 같다.

    이날은 남북국가대표팀끼리의 친선축구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
    다. 월드컵 4강이란 신화를 창출한 태극전사들은 거의 대부분, 그리고 거
    스 히딩크 전감독도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골키퍼 이운재, 공격수 안정환
    차두리 선수만 부상과 해외 이적 관계로 출전이 어렵다고 한다. 히딩크 후
    임으로 새로 박항서 감독도 선임됐다. 그는 히딩크 감독 시설, 수석코치를
    지냈다.

    `히딩크 신드롬`은 그가 떠난 후에도 식을 줄 모른다. 당초 그는 네덜란
    드 에인트호벤 팀과 계약할 때, `필요하면 한국을 자유로 방문할 수 있
    다`는 단서를 달았던 모양이다. 마침 내달 8일을 전후해 경기가 없어 한국
    을 잠시 다녀가는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는 또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되
    는 2년 후부터는 한국에 다시 와 2004년 올림픽 본선 감독을 맡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이런 내용으로 한 재계약 관계가 그와 한
    국축구협회 관계자 사이에 오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오는 북한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어 히딩크의 눈에 들어야 하
    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히딩크는 남북통일축구단의 감독을 맡을지도 모른
    다. 빠르면 올림픽, 아니 아시안게임부터 남북축구단일팀이 운영될지 누가
    알겠는가. 남북이 9·8축구를 갖는 궁극적인 이유가 장차 남북 단일팀 구성
    을 위한 준비에서라면 이런 상상은 절대 무리가 아니다. 북한 선수도 히딩
    크 전감독이 온다면 용기가 하늘을 찌를 것이다. 선수라면 누구든 일류 감
    독에게 자기 기량을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히딩크를 위한 남북
    축구 평가전이 된다고 할까.

    지난 90년 10월에도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남북축구가 열렸다. 그때는 1
    대 1로 서로 비겼다. 이 경기는 분단 후 처음 가진 남북 체육의 교류라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그 이듬해가 바로 앞의 지바현 탁구대회로 이때 남북
    은 사상 첫 단일팀인 `코리아팀`을 꾸렸다. 그 결과 대회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물리치고 감격의 여자단체전 우승배를 거머쥐었다.

    그동안 태극전사를 보려고 경기장마다 관중들로 넘쳤다. 북한에 태극전사
    에 버금가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하는 것도 기대를 모은다. 이렇듯 9·8
    축구는 국민의 관심을 끌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붉은 악마들이 나서면
    금세 분위기는 달아오를 것이다. `오, 우리는 하나!`하고 말이다.

    그런데 북한이 남측의 전폭적이고 흔쾌한 응원을 받아내려면 지난번 서해
    교전 사태에 대한 사과를 포함하여 최근 북한경제 개혁에 관한 믿음을 남측
    에 줘야 할 것이다. 9·8축구에 이어 북한이 참가할 예정으로 있는 부산 아
    시안게임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북한의 그런 변화를 재촉하
    는 뜻에서도 내달 8일에는 한반도기가 날릴 것 같다. 그러면 한반도 문양
    의 새 패션도 나올까. /허도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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