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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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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관정고` 어디로 가나

  • 기사입력 : 2003-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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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인(偉人)이란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을 시장으로 만나면 시민들은 희망에 넘칠 것
    이다. 서울이 지금 그런 형편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이라는 대역사(大役事)
    가 일어나고 있다. 이 사업이 당초 이명박 시장이 공약한 대로 잘 풀릴 경
    우, 그는 곧 위인이 된다. 청계천(淸溪川)은 그 이름이 무색할 만큼 오염
    돼 온갖 악취를 풍겼었다.

    보다 못해 3공 시절, 이것을 덮어버리고 길을 냈다. 길옆으로는 상가를
    세웠고 길 위론 고가도로를 올려 시내에서 외곽으로 곧장 빠지게 했다. 그
    청계고가도로가 철거에 들어갔다. 바야흐로 청계천 복원사업이 장도에 올랐
    다. 청계천에 고기가 노닐까. 생각할수록 꿈만 같다.

    마산시는 어떤가. 시장이 시민에게 어떤 달콤한 상상을 줄 수 있을까. 행
    여 마산 앞바다가 쪽빛 바닷물로 넘쳐 가곡 ‘가고파’가 절로 소리 나면
    모를까, 마창대교가 세워지고 마산서항이 새 항만으로 개발된다고 해서 시
    민이 놀라워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다리, 그런 항만은 전국에서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으로 시민을 놀라게 할까. 아마도 그 답은 가장 마산답
    거나, 전국 유일의 그 무엇이 마산에 있다할 때가 아닐까한다.

    실제 그런 일이 지금 마산을 노크하고 있으나 정작 시민(시의회)과 시장
    은 ‘올 테면 오라’는 식의 관심뿐이다. 의령 출신으로 마산고를 나온 한
    기업인이 기왕이면 고향 땅에 국내 유일의 `100% 무료 영재학교`를 세우려
    하나, 마산시가 덥석 이를 안으려 하지 않아 발길을 머뭇거린다. 올해 여
    든 살의 관정(冠廷)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바로 그다. 그는 지지난
    해 사재 3천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의 교육재단을 세웠다.

    관정은 이미 장학금을 다발로 풀어 안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몇
    십 명에 몇 백 만 원 씩을 주는 게 아니라, 몇 백 명에 몇 천만 원씩을 안
    기는 대학가의 ‘큰손’이다. 억대의 기부를 예사로 한다. 그가 지원해서
    지난달에 완공한 마산고의 영재생활관, 그리고 경남대에 짓고 있는 북한관
    등이 그 실례다. 평생 모은 재산을 거의 다 장학사업에 쏟아 붓는, 그는 분
    명 이 시대의 위인이다.

    돈은 비록 천사처럼 벌지 못했지만 쓸 데는 천사처럼 쓰고 싶단다. 그런
    그는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 장학사업은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나, 영재
    학교 설립과 관련한 교육사업은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다. 학교의 텃밭을 아
    직 못 정했기 때문이다. 원래 마산시 내서읍에 자신이 갖고 있는 땅(지금
    은 교육재단에 귀속)에다 전국의 인재를 불러 모아 일체 무료로 가르치고,
    먹이고, 재우려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칭 ‘관정고’는 국내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강원도 횡성군
    에 위치한 민족사관고가 요즘 뜨고 있으나, 여기 학생들도 매달 50만원 정
    도 낸다. 기숙사 운영비 명목이다. 민사고는 중동고와 함께 국가나 자치단
    체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받지 않는 전국 유이(唯二)의 사립학교이다. 중동
    고는 삼성이 인수한 뒤 일체의 잡부금을 없애고, 교사들의 월급을 대폭 올
    려 전국교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삼성의 창립자 고(故) 이병철 회
    장이 중동고를 다닌 인연에서다.

    삼성이 육영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 60년대로 성균관대가 그 처음이다. 그
    러나 학교이전문제를 둘러싼 분규 끝에 삼성은 떠나야 했고 수년 전에서야
    다시 인수했다. 삼성은 학교를 수원으로 옮기더라도 본부와 인문학부는 그
    대로 둔다고 했지만 학생들은 믿지 않았다. 삼성이 원래 갖고 있던 수원의
    땅에다 학교를 옮겨 인근의 땅값을 올리는 등 땅장사를 하려든다고 믿은 것
    이다. 결국 손실은 성대의 몫으로 돌아왔다.

    마산에 영재학교가 들어선다는 것은 옛날 같으면 진사(進士) 마을이 새
    로 생기는 것인데, 왜 마산은 열을 내지 않을까. 행여 관정재단이 내서 땅
    의 부가가치를 올릴 목적에서 거기다 학교를 지으려한다고 믿을까. 그래서
    혹 있을지도 모를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뜻에서일까. 학교 진입로
    만 해도 그렇다. 재단에서 어떻게 해달라는 대로 그렇게 해주면 안 될까.
    마산시가 시장부터 `불가능하다`고만 보기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도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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