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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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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물의 단체장은 공직 떠나야

  • 기사입력 : 2003-07-11 00:00:00
  •   

  • 도내 현·전직 자치단체장들이 뇌물수수·선거법 위반 등으로 사법부로부
    터 유죄 판결을 받아 도민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안종길 양산시
    장은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아파트 사용승인을 해준 혐의로 기소돼
    지난 8일, 부산지법으로부터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7천9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양정식 전 거제시장은 건설업체로부터 공사편의를 제공해주고 뇌물을 받
    은 점이 인정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항소해 지난달 19일, 부산고
    법으로부터 징역2년6월에 추징금 4천800만원을 선고받고 역시 법정구속됐
    다.

    배한성 창원시장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벌
    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지난달 11일, 부산고법에서 항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그는 고법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
    다. 김동진 통영시장 또한 선거관련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0
    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지난 4월16일, 부산고법으로부터 항소기각됨
    으로써 1심형량이 그대로 유지된 채 상고했다. 이밖에 송은복 김해 시장이
    골프장 공영개발건과 관련해 건설업체로부터 9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로 기소돼 1심 재판부에서 심리 중에 있으며, 곧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 한
    다.

    이처럼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단체장들의 위법 행위들은 열거하기조차 숨
    가쁠 지경이다. 이것은 이 지역 단체장들의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
    위에 다다랐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고개를 뻣뻣이 들고 법원을 드
    나드는 이들의 모습을 본 도민들은 정말이지, 뻔뻔스런 그 얼굴에 침이라
    도 뱉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이들의 뇌리에는 무엇으로 가득차 있는지 궁금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신들의 위법 행위를 뉘우치기는 커녕 법정에서 범법(犯法) 사실을
    계속 부정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자 약속이나 한 듯이 항소 및 상고했다는
    점이다. 정말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인 만큼 상소할 권리야 있다는 점을 어찌 모
    르겠는가. 그렇지만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사법부가 그 죄과(罪
    科) 있음을 인정한 것인데,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소한다는 것은 가증
    스럽기 그지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도덕과 양심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다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지역민들에게 백배 사죄한 후
    공직을 떠나야 옳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가 아니겠는가.

    2심에서 기각된 사건의 경우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 된다는 것은 극히 어
    려운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대법원의 재판은 하급심에서 다룬 사건에 대한
    적용 법률 하자(瑕疵) 유무를 가리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2심에서 기각된
    사건이 뒤집어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
    도 굳이 상고(上告)한다는 것은 대법원 판결때까지 단체장 직위를 유지하겠
    다는 이기적인 발상이라고밖에 달리 이해하기 힘들다.

    이들이 법정 소송에 휘말려 있는 동안 해당 지자체의 행정공백 현상이 곳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최종심을 기다리면서 계속 단체장
    직에 눌러 앉아 있겠다고 하니, 시민들을 무시하는 배은망덕한 소행이 아닌
    가. 향후 이것으로 인한 폐해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겠다는 걱정이 앞선
    다. 사법부로부터 `범법 인정` 판결을 받은 이들을 자치단체장으로서 진심
    으로 대우해 줄 공직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상태하에서는 상명하달(上命下達)의 지휘체계가 제대로 유지될 까
    닭이 없다. 면전복배(面前腹背)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저항하는 일도 생겨
    날 수가 있다. 한 마디로 기강이 서지 않는, 공직사회의 일대 혼란이 초래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참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행정 표류`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고스란히 해당
    지자체 시민들에게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문제
    의 단체장들에게 있지만, 이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는
    지 의문이다. 자치단체장이란 자리가 범법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변질·방치
    돼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러므로 해당자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에 대
    해 깊이 뉘우치고 시민들에게 사죄하면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알아야 한다. 이 길만이, 그나마 한 때 자신들을 성원해 준 자치단체 시민
    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요, 도리를 차리는 일이 된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목진숙(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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