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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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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쌀 개방의 전제조건

  • 기사입력 : 2004-05-07 00:00:00
  •   
  • 나택진 논설위원

      어제 워싱턴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시작으로 쌀시장 개방 재협상이 본격
    화될 전망이다. 쌀 재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체결하면서 우리 나라
    가 관세화를 유예받은 10년이 올해로 끝나는데 따른 것으로 우리는 연내 협
    상 참가국들과 관세화를 통한 전면 시장 개방이나 수입물량 확대에 관한 합
    의를 봐야 한다. 협상절차규정에 따라 WTO에 쌀 협상개시 의사를 통보하면
    WTO는 우리 통보내용을 회원국들에게 다시 통보하고 관심국가는 일정기간
    내 협상참가 의사를 우리나라와 WTO에 연락한 뒤 관심국가간 양자협의를 거
    쳐 협상결과를 WTO에 전한다. 지난 1월 20일 쌀 재협상 개시를 WTO에 통보
    한 이후 협상 참여 의사를 표명한 나라는 세계 13위의 쌀 생산국인 파키스
    탄이 협상국으로 들어 오면서 미국과 중국 아르헨티나 태국 호주 이집트 인
    도 캐나다 등 총 9개국으로 이들 국가들과 쌀 재협상을 벌어야 한다.

      이번 쌀시장 개방 재협상이 우리의 국익차원에서 판단되어야 함은 재론
    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공산품은 말할 것도 없고 농
    수산물의 개방폭도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게 오늘날의 세계적 추세이
    다. 게다가 우리의 농업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관세유예화의 입장을 견지
    할 경우 협상대상국들이 의무수입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이 물량을
    가공용이 아닌 일반 시장용으로 사용하도록 요구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전망은 우리의 쌀시장 관세유예화가 국가 이익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경우 빗장을 풀지 않을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10년전 우루과
    이 라운드 협상때 우리와 함께 관세화를 유예받은 일본은 유예 허용기간이
    끝나기도 전인 1999년에 자진해서 관세화로 갔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려면 먼저 우리 농업을 지키는 특단의 대
    책 강구와 함께 쌀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공감대 구축 등 사회적 합의
    도출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농업이 단순한
    이해득실의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판단되어서는 아니된다. 식량안보적 차원
    에서 강구되어야 함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무너져 내리는 우리 농업 기
    반을 보완하기 위한 획기적인 농정쇄신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렇지않아도 우리의 농촌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외면과 거듭
    된 실정으로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시장개방의 홍수속에 익사할 처지에 놓
    여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실시 이후 우리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간 무역협정인 FTA가 확대돼 적신호를 던져주고 있는 현실이
    다. 지난 4월 한ㅡ칠레 FTA가 발효된 것을 비롯하여 한ㅡ싱가포르와 한ㅡ일
    FTA가 협상중이다. 더욱이 FTA국가간 체결은 우리 농산물의 위기감에도 불
    구하고 수출이 국가경제의 견인차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에게 미
    룰 수 없는 선택으로 다가서 있는 처지이다. 이런 와중에 쌀시장개방이 다
    가와 우리 농촌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
    의 목소리가 이의 실황을 가늠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대응책은 이에 미치지 못해 경종을 울려주고 있
    다. 우리 국민의 주곡인 쌀을 포함한 농산물 시장의 빗장이 활짝 열리고 있
    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질타하는 여론이 드높
    다. 이러한 현실은 농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국의 강건너 불
    구경식의 태도가 젊은이들이 떠나는 농촌으로 상징되는 농촌황폐화를 초래
    하고 있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의 확고 부동한 농촌회생 의지
    를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현안임은 이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더불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 또한 절실한 현안과제임을 간과해
    서는 아니된다.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우리의 농산물도 경쟁력 강화가 필수
    적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산물도 본격적인 경쟁력의 시대에 돌입했음을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
    지 구현과 아울러 우리 농업 경쟁력 강화에 사회적 총력이 모아져야 할 오
    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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