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20일 (월)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60.70년대 우리는...

  • 기사입력 : 2006-02-06 00:00:00
  •   
  •   설을 지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다수 국민들은 긴 시간을 달려 고향의 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 아쉬운 작별을 뒤로 한 채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복귀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이었던 60·70년대의 설은 차례상에 올려지는 맛나 는 음식들. 더러는 설빔에 대한 기대로 마냥 설레는 그런 것이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내야만 했던 우리들에게 올해의 설도 어린 시절의 설처럼 마냥 설레는 명절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 보게 된다.


      2005년의 한국 경제를 되돌아보면 내수부진. 원화가치 상승. 투자부진.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물론 주가지수의 사상 최고치 행진이나 교역규모 5천억 달러 달성 등의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일반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별로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창업 이후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에서 시작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아직까지도 곳곳에서 그 여파가 진행 중이다. 최근 3년간의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이나 투자 및 소비의 확대가 수반되지 않음으로써 4% 내외의 성장에 그쳤다.

      8%대에 달하는 청년실업 문제와 신용불량자의 문제. 그리고 그 격차가 더욱 심해져만 가는 듯한 각 부문에서의 양극화 문제 등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직까지 정리되지 못한 과거사 청산문제나 사학법 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좌파논쟁이나 보수와 개혁 논쟁 등은 여전히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화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2005년 한 해가 다가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은 온 국민의 자긍심과 희망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참담함을 느끼게 하였다. 중소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한 설이라서 그런지 여느 해와는 다른 감회를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인터넷상에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지냈다는 분의 글이 올라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었다. 중ㆍ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그대로였다. 60년대 초반 미국에서조차 외면하는 상황에서 당시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던 서독에 간호사와 광부를 보내주고 그들의 봉급을 담보로 하여 1억4천만 마르크를 빌렸다고 한다.

      단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이유만으로 이역만리 타국 땅으로 간 간호사와 광부들의 눈물겨운 생활상들이며. 그들이 서독을 방문한 박대통령 내외와 서러움에 복받쳐 흐느껴 목 놓아 울었던 사연들이 내 눈빛을 흐리게 했다. 1964년 국민소득 100달러이던 시절. 지금의 젊은 세대로부터 이른바 수구보수 세력이라 불리는 분들이 머리카락을 잘라 외국에 내다 팔고.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예쁜 꽃을 만들어 팔고. 전국에 쥐잡기 운동을 벌여 쥐털로 일명 ‘코리안 밍크’를 만들어 외국에 팔아 달러를 벌어 들였다. 돈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만들어 외국에 팔았고 그렇게 해서 1965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며 외국으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것이다.


      내 어릴 적과 비교해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 중에 소위 ‘보릿고개’를 경험하며 60년대 세계 180여개 국가 중 끝에서 7번째로 못사는 나라에서 교역규모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이방인의 시신을 닦던 간호사들과 수천미터 지하 탄광에서 목숨을 걸고 일했던 광부들. 작열하는 사막의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한 50·60대가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음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과거 없는 현재는 없으며. 현재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다. 과거의 선택들로 인해 오늘의 우리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내리고 있는 선택들은 미래를 만드는 밑거름이다. 우리의 아버지나 선배 세대들의 선택에 의해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오늘날의 잣대로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자랑스러운 나라를 세운 그들의 강인한 정신과 노력이 오늘의 밑거름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병술년 새해의 시작과 더불어 새로운 희망을 품고 도전적인 경영계획을 세워 보지만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작년보다도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살아남아야 한다. 60·70년대의 절박함과 “하면 된다”는 강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한 때다.

    류병현 (주)동구기업 대표이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