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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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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주권

  • 기사입력 : 2006-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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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1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14일 오후 창원 정병산 등산로 곳곳에 예비 후보자 명함이 곳곳에 버려져 있다. 같은 날. 창원 천주산 일대도 주인 잃은 명함이 발견되긴 마찬가지였다.

     예비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서 명함을 나눠주면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때맞춰 이날 천주산 입구에서는 모 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원도 눈에 띄었다.

     버려진 명함은 등산로뿐만 아니라 동네 시장이나 통행이 잦은 사거리. 농협 등 사람이 붐비는 목좋은 곳이면 쉽게 발견된다.

     명함은 예비 후보자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직장인 등 누구나 자신을 알리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누구의 것이든 길에 버려진 명함을 볼 때면 사회로부터 따돌림당한 나를 발견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더욱이 버려진 명함이 오래 전 내가 특정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느껴질 때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하물며 좁게는 내가 사는 동네이며 고장. 내가 사는 시나 군의 일꾼을 자처하는 인물이 나눠준 명함을 길바닥에서 만날 때면 주인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유권자를 만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명함 배부는 예비 후보자와 후보자 배우자를 포함해 2~5명에 한해 허용되는 선거운동으로 스스로 발품을 팔아 자신을 알리는 가장 정직한 행위이자 돈 안드는 선거 방법이다. 신인들이 기껏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명함 외에 선거사무소에 국한된 현수막 게첩. 전자우편을 통한 정보제공. 1회에 한정된 선거구내 1/10 이내의 가구수에 홍보물을 발송하는 것뿐이다. 더욱이 텔레비전 토론 등 별다른 홍보 수단이 없다는 점 때문에 명함 배부는 신인들에겐 유일한 수단이다.

     명함을 버린 이유나 변명도 갖가지다. “잘 아니까”. “나는 관심이 없으니까”. “등산 가는데 땀나고 귀찮으니까” 등.

     그러나 ‘1인1표의 평등 투표가 민주화 투쟁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통해 쟁취한 신성한 주권’이라는 점을 한 번만이라도 되새긴다면 그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변명인지 알 것이다. 이병문(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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