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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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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언제쯤 선진화된 토론문화를 꽃 피울까

  • 기사입력 : 2006-05-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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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ease. feel free to interrupt anytime during my(his) presentation.”
    “제가(그분께서) 발표하는 중에라도 개의치 마시고 언제든지 질문해 주세요”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문장이다. 국내든 해외든 국제회의장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지난해 10월 하순 산업기술연구회의 대표단 일원으로 미국의 바텔연구소와 PNNL을 방문하여. 4일 동안 그들과 집중적으로 토론을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성숙한 토론문화를 가진 국가가 진정한 선진민주주의 국가라는 생각을 한다. 선진 국민들은 가족 상하 동료 그리고 이방인들과 토론을 하는 경우에도.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격의없이 행동한다. 상대방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질문을 해도.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그다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미국의 대통령 집무실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CNN은 대통령과 참모가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가끔 보여 준다. 대통령은 의자에 앉아 있고. 참모는 책상에 걸터앉아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필자를 포함한 산업기술연구회의 대표단은 귀한 고객으로서 바텔과 PNNL을 방문했다.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도입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그들의 강점보다는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력과 국제 비즈니스에 자신감이 있는 그들은 부사장급을 발표자로 대거 동원하여. 완벽할 정도로 자료를 준비하고. 우리의 질의에 상세하고 철저히 대응하는 전문가 정신을 보여 주었다.

      더욱이 진행자는 난해한 부분에 이르면. 우리에게 “개의치 마시고 질문을 하시라“고 말하면서. 쌍방이 명확하게 이해할 때까지 수시로 발표를 중단시켰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서열상 위인데도 전혀 거리낌없이 발표를 중단시키는 모습에 필자는 상당히 어리둥절했었다.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미국에서 오래 공부한 동료를 통해. 이런 일은 지극히 미국적이며.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서 감탄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오늘도 다양한 회의에 참석한다. 주제발표자로서 패널로서 플로어의 참석자로서.


      우리는 하나의 주제가 발표되고 난 후 보통 5~10분 정도만 질의응답을 한다. 회의 진행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 패턴을 지향하고 있다. 진행자도 발표 중간에 질문을 하라고 말해 주지 않는다. 패널도 플로어의 참석자도 끝까지 경청한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다.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유교 사상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질문을 하는 사람 이외에는 이미 집중력이 분산된 후에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회의의 효율성이 현저히 저하되는 회의 운영방식이 아닐 수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난상토론을 즐기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낼 수 있는 선진 민주주의적인 토론문화는 언제쯤 꽃 피울 수 있을까.
    경남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경남신문이 공동으로 이곳 창원을 출발점으로 해서. 선진 토론 문화를 확산하는 캠페인을 벌여 나가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홍명표 (한국전기연구원 홍보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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