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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백지원 명창 '하심(下心)의 삶' 감동

  • 기사입력 : 2006-12-27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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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악연구원 문하생들과 수년째 소외시설 공연·봉사활동

    "새해엔 소록도와 도내 20개 시·군 환경미화원 찾고싶어"

    한 여류국악인이 ‘하심(下心: 지극히 낮은 곳에 임하는 마음자세를 뜻하는 불교용어)’의 실천으로 노인계층에 무료강연을 자청하는가 하면. 문하생들과 함께 소외시설을 찾아 수년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마산시 합성2동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서 백지원국악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지원(49) 명창.
    1958년 고성군 구만면에서 ‘농부소리꾼’의 딸로 태어난 백씨는 ‘피내림’의 영향이었던지 어릴때부터 민요창 등 전통소리에 타고난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초등 2학년 어느날 학교를 다녀와서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소리를 해봤는데 ‘울림의 소리’가 너무 좋다는 것을 느꼈어요. 당시 어린 마음이었지만 제소리에 심취해 연습에 정진했던 것이 국악인이 된 계기인 것 같습니다.”

    백씨는 15. 16년전 안숙선 명창의 문하에서 민요창을 사사한데 이어 주은숙(대구) 명창에게서는 판소리 심청가를 사사하는 등 오로지 진정한 우리 소리를 찾기위한 수련과 고행을 마다 않았다. 그리하여 2002년 열린 제3회 전국 향토민요경창대회에서는 대상(大賞)인 대통령상을 수상. 폭넓은 소리세계를 인정받았다.

    백씨가 본격적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와 도움의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
    “내가 가진 것이라곤 소리인데 이를 매개로 낮은 곳을 찾아 봉사하고 그들의 애환을 창(唱)으로 뽑아낼 때 진정한 소리혼(魂)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3년부터 창원과 마산에서 ‘백지원의 소리魂(孝)’ 공연을 시작하면서. 수익금으로 쌀을 구입해 복지관이나 무료급식소. 소년소녀가장 등에 전달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4월 마산MBC홀에서 개최한 소리혼 공연에서는 화환 대신 쌀로 축하를 받는 등 10㎏포대 쌀 560포대를 구입. 고성 보리수쉼터와 마산 중리사회복지관. 마산역 무료급식소.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가구 등에게 골고루 나눠주기도 했다.

    3년전부터는 문하생들과 함께 한센병 환자 요양시설인 산청군 성심원 위문공연도 시작했다.
    명절에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가족들마저 거의 찾아오지 않아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너무 안타깝고 한스러워 해마다 문하생들과 함께 부채춤과 남도민요 공연으로 위로하고 식사도 같이 한다.

    또 마산 금강노인종합복지관과 마산문화원에는 매주 한차례 2시간씩 민요창 무료강습도 하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이익은 돌보지 않고 봉사의 삶을 사는데는 남다른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진실하게 살자’는 것과 ‘모든 걸 내려 놓자’고 하는 하심의 정신이다. 그래서 주위의 칭송은 부담스럽다.“내가 하는 일은 모두가 내 봉사입니다. 남을 위한 거라고 할 것도 없어요. 내가 감히 뭣이라고.”

    백 명창은 새해에 꼭 해내고 싶은 일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한센병 수용촌인 소록도를 찾아 춤과 소리. 가야금산조. 사물놀이 등으로 위문공연을 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도내 20개 시·군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한 순회공연이 그것이다.

    “저보다는 생각은 월등하지만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찾아서 위문공연을 꼭 하고 싶습니다. 다만 음향비나 무대설치비가 다소 들어가니까 제 형편에 쉽지는 않습니다. 소원이 이뤄지도록 부처님께 힘껏 의지해 볼랍니다.”
    ‘고성문화지킴이 33인’중 한 사람이기도 한 백지원 명창의 살아가는 방식이 남달라 보였다. 이상목기자 sm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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