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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나그네로서의 인간

  • 기사입력 : 2007-01-03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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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우리는 자주 말하곤 합니다.
    실제로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은 삶이었지만 어느 순간 이 세상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많은 위험이 따르고. 때로는 기쁨과 슬픔이 점철되어 나타나는 나그네로서의 삶이 우리 인생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나 현재를 막론하고 생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길이 나그네로서의 길이라고 우리 모두 인지하고는 있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아주 다른 것 같습니다.

    과거. 수만 년 전 우리의 먼 조상들은 관념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그네로서의 삶을 살았었습니다. 그들은 항상 먹이를 구하기 위해 정처없이 이동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정착하는 삶이 아니라. 나그네의 삶을 살았기에 그들이 지니고 다니는 소지품은 간략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들은 생활에 꼭 ‘필요한 만큼’의 소유물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나그네에게 무거운 소유물은 거추장스러울 뿐만 아니라 여행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만큼’의 소유물만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은 진정 나그네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나그네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어느 순간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미명아래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짓고 가축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지어진 것이 ‘창고’라고 합니다. 창고가 지어지자 사람들은 꼭 ‘필요한 만큼’의 소유물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욕심이 허락하는 만큼’ 소유물을 저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계급이 형성되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구별이 시작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정착생활은 인간으로 하여금 ‘나그네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한 번 이 세상에 나서 나그네로서의 삶을 살다가 언젠가 떠나게 될 운명을 잊어버리고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갈 것 같은 착각 속에 살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한 해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살아보지 못한 미지의 시간 속을 우리는 또 여행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여행은 ‘나그네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답게 ‘꼭 필요한 만큼’의 소유물만 가지고 가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나의 욕심이 허락하는 만큼. 내가 원하는 만큼’ 소유하는 것은 ‘나그네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자신의 욕심을 버려야할 지혜를 가져야겠습니다. 장민현(테오도로) 기획관리국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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