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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춤이라고요?

  • 기사입력 : 2007-03-16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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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재(대한택견협회 심판 부위원장·창원시 택견협회 전무이사) 


    2007년 2월 27일. 이날 택견이 대한민국의 체육경기로 인정받았다.
    1920년에 대한체육회가 창립되었으니 87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된 후로 따져 봐도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우리가 우리의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데도 이렇게 오랜 시일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10년 전만 해도 심심찮게 걸려오는 전화는 “전통 개를 분양하는 곳이냐?”하는 것이었고 5년 전만 해도 택견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이상한 춤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았다. 이제 그런 설움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 택견의 체육적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세계적인 스포츠로.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고민해야 할 때다.

    택견은 ‘두 사람이 서로 발로 차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민족 고유의 맨손무예이자 격투경기이다.
    규칙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발질로 상대의 목 이상을 정확하게 맞추거나 상대의 무릎 이상을 바닥에 닿게 하면 이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상대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택견을 엉덩이춤처럼 보이게도 하고. 부드러운 동작을 하는 방어 위주의 무예. 약한 무예로 인식되게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택견은 물러서면 안 되는 강력한 공격 위주의 무예경기이다. 다만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치는 순간의 힘을 조절해 상대를 밀어서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타격(아픔)을 최소화하고 힘을 최대한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해 낸 것이다. 이것을 택견에서는 ‘는지르기’라고 하며. 이 ‘는지르기’ 기법에 택견의 주요한 철학이 담겨있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상생호혜의 정신과 다치지 않는다는 약속에 의해 더욱 공격적이고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진취성. 여타의 ‘武’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무예들이 생각지도 못한 독창성이 택견에는 녹아있는 것이다.

    이런 택견이 이제 전문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아 우리에게 돌아왔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 2009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제7차 교육과정에 체육을 필수화 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참 기쁜 소식이다. 학교공부와 학원수업 등 온통 외우고 써야 할 것들에 지친 아이들이 잠시라도 몸을 움직여 발육에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기왕이면 택견을 선택해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온 몸을 고루 사용하여 신체능력을 극대화시키는 택견의 기법. 그리고 상대를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택견의 정신. 상대와의 치고받는 싸움에서도 규칙을 지켜야 하는 점 등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모두가 얘기하는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더하여. 전통문화와 선조들의 체육적 지혜를 습득하여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얘기들을 한다. 세상에는 없지만 우리에게만 있는 것. 21세기의 패러다임인 상생호혜를 근간으로 하는 무예경기. 일제의 강압에 의해 멸실될 뻔했다가 다시 명맥을 이어온 택견이 대한체육회 가맹을 계기로 하여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현대 스포츠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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