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20일 (월)
전체메뉴

[작가칼럼] 마음을 리모델링하자-이은정(시인)

  • 기사입력 : 2008-04-11 00:00:00
  •   
  • 아침 출근길은 늘 그렇듯이 밀리고 붐빈다. 5분만 일찍 출발해도 여유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내일부턴 일찍 출발해야지 하는 마음만 있을 뿐, 아침이면 늦어서 허둥지둥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늦어서 택시를 탔다. 이렇게 매일 막히는 시간대에 택시를 탄다면 생활비가 상당부분 지출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되고, 인격은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데, 내일부턴 잘해야지 또다시 다짐부터 한다.

    내일이면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십년을 매일 같이 다니던 길이 이제 오늘하고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이래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만, 어쩌면 그 후회가 앞으로 닥칠 두려움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아닐까.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의 잎이 하나 둘 피는 것을 보니 계절은 누가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것 같다.

    내가 처음 가졌던 그 첫 마음은 어땠을까. 깊이 생각해 보았다. 누구나 출발선 앞에선 열심히, 잘해야지 다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첫 마음은 흐려지고, 그 마음 자리에 욕심이 자란다. 나는 이러이러한데 왜 사람들은 몰라주지, 나는 이러이러한데 저 사람은 왜 저래. 각자가 자기 생각만 하고, 말하고, 행동하니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마음에 욕심을 너무 깊이 심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나도 오늘부터 처음으로 돌아가서 마음에 자라난 수많은 욕심들을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올바른 마음이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주고 관심을 가질 것을 다짐해 본다. 늦어서 택시를 타긴 했지만 정말로 좋은 아침이었다.

    그러고 보면 옛날 어르신들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올해로 68세라고 하시던 기사아저씨의 말씀에 나도 참 많은 욕심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 같아 그저 미안했다. 허허 웃으며 하시는 말씀 중엔 내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현재의 결과에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지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무안하기도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니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지나가는 소리로, 다시 내려올 것인데 굳이 힘들여서 산에는 왜 올라가느냐고 말하곤 한다. 누구나 올라가면 내려올 것을 알고, 내려오면 또 올라갈 수 있다는 세상살이의 이치 때문 아닐까. 나는 지금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숨고르기를 하고, 천천히 더 높은 정상을 향해서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더 오르리라 다짐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란 이형기 시인의 시 구절과,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란 김춘수 시인의 시 구절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지금 세상은 온통 꽃 잔치다. 바람이 불어와 꽃잎을 날려 보낼 때도 우리는 아름답다 한다. 그 자리엔 새로운 잎사귀가 자라기 때문이다. 고목에 피는 꽃이 더 고운 이유는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끝까지 해냈기 때문이듯이.

    이 봄 우리의 마음이 진정으로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여다보자. 그리고 자신의 몸속에 조금이라도 넘치는 욕심이 흐르고 있다면 그 물줄기를 좋은 곳으로 흘려 보내자.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제대로 된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돌아서는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울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이 걸어온 길을 한번쯤 뒤돌아보았을 때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