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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철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 김철수(동심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08-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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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운 좋게 창원시 환경수도과의 주관으로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에서 실시하는 ‘제3기 주남저수지 생태가이드 양성교육’ 강사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강의명은 ‘철새’였다. 한마디로 아이러니한 강의 제목이었다. 그 이유는 시쳇말로 4월 9일 실시되는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있었기에 ‘철새’란 말이 정치판을 휘감고 있는 화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 ‘철새’란 말을 우리나라 정치인에게 붙여서 부르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새(鳥) 가운데는 일 년 내내 한곳에서만 사는 새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새들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곳에서만 사는 새를 텃새라고 하고, 이동하는 새를 철새라고 부르는데, 철새란 철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서식지를 바꾸어 가며 살아야 하는 새이다.

    그리고 봄·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만 하는 새들이 있는데, 이를 나그네새(通過鳥)라고 하고, 번식기인 여름에는 깊은 산지로 들어가 번식하고 가을~봄까지는 평지에 내려와 생활하는 새들을 떠돌이새(漂鳥)라고 한다.

    이렇듯 ‘철새’란 기후 변화에 민감해서 자신에게 맞는 기후를 찾아 옮겨 다니는 새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환경적인 요인과 생존의 법칙에 의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요, 이치이다. 그런데 이것을 어찌 정치인의 이합집산에 빗대어 ‘철새’라는 뜻으로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철새 정치인’이 아닌 사람은 모두가 ‘텃새 정치인’이란 말인가. 굳이 새에다 비유를 해야 한다면 ‘걸조(乞鳥)’ 즉, ‘거지새’, 혹은 ‘거지 정치인’이라고 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

    괜히 엉뚱하게 철새에게 애매한 말을 붙여 우리 곁을 찾는 ‘철새’들을 욕보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거지같은 정치인을 두고 ‘철새’니 ‘철새 정치인’이니 하는 그런 말은 쓰지 말았으면 한다. ‘철새 정치인’이라고 말하면 정말로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가 웃는다. 아니 운다. 텃새와 마찬가지로 철새도 분명한 삶의 원칙이 있다. 겨울을 좋아하든지, 아니며 여름을 좋아하든지. 그 말은 더운 날씨에 살든지, 추운 날씨에 살든지 절조를 지킨다는 얘기다.

    그런데, 소위 우리가 말하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그런 삶의 소신이 있는가. 우리는 그들을 ‘철새 정치인’이라고 말할 때 ‘무소신 정치인’이라는 의미로 말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 당장의 이익에 따라 아무 당이라도 옮겨갈 수 있는 사람, 우리가 그런 정치인을 ‘철새’라고 한다면 철새를 욕 먹이고 있는 것이다.

    철새는 적어도 이런 무소신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강남 갔던 제비가 가을에 돌아오지 않으며, 기러기가 여름밤을 수놓으며 기럭기럭 나는 적이 없다. 철새는 분명한 소신과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 제발, 무소신으로 이 당 저 당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을 ‘철새’라고 부르지 말고 우리 주변 곁으로 날아드는 철새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이제 그 탈 많고 소란스러웠던 ‘걸조(乞鳥)’들의 대향연도 끝났다. 사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같은 고향사람으로서 고향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고향을 찾았다면 말이다. 큰 나라의 작은 지방정부보다도 작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이질적인 땅따먹기 논쟁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사랑해주는 그런 고향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나는 오늘 문득 나도 모르게 지난 겨울 주남저수지를 찾아든 많은 뭇 철새들과 그 철새들을 그리워하는 동심들, 그리고 그 철새들을 위해 꽁꽁 언 고사리 손으로 모이주머니를 뒤적이던 아이들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주남저수지의 철새들이 자꾸만 그리워지면서.

    김 철 수

    동심문학평론가

    봉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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