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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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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집개와 들개-김진희(시조시인.창원신월초 교사)

  • 기사입력 : 2008-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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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장 너머 장미꽃이 환하게 피어있는 5월이다. 곳곳에서 화사한 꽃처럼, 맑은 햇살처럼 축제의 대향연이 펼쳐지고, 들로 산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이다. 자녀는 부모를, 남편은 아내를, 선생은 제자를, 서로가 서로를 먼저 위해주고 생각해주는 달이다. 찾아 뵈올 스승이 있고, 함께 지낼 가족이 있고,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릴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한 일인가.

    시골에 계시는 큰아버님을 뵈러 갔다. 여느 때와 달리, 대문 밖에서 누구보다 먼저 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개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 개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새끼를 낳았다니 그 녀석이 보고 싶었다. 동물도 집주인을 닮는지 조용하고 순한 것이 기특하였다. 푹신한 이불을 깔고 새끼를 품고 있느라 꼼짝을 않는 것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직 눈도 뜨지 않은 네 마리의 새끼들은 그저 어미 품에 납작 엎드려 젖을 빨고 있었다. 천상 사람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밥그릇을 내밀자 몸을 새끼에게 맡긴 채 그릇에서 먹이 하나를 집어 들고 허겁지겁 핥아 먹었다. 큰어머님은 어미가 새끼를 아끼고 보호하는 정성이 얼마나 갸륵한지 모른다고 하셨다.

    며칠 전 TV 다큐멘터리에서는 시골에서 도시로 떠난 이웃들이 버리고 떠난 개들을 집중 관찰하였다. 주인에게 버림을 받아 어느 순간 들개로 변해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개들이 들판을 몰려다니며 축사를 공격하고 늑대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물려 죽은 노루와 송아지의 사체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살상을 놀이삼아 한단다. 유기견이 야성을 가지고 같은 처지의 동종끼리 뭉치는 순간 무시무시한 피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결국 인간이 빚어낸 참극으로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버림을 받고 굶주림에 목마른 개는 이제 우리들 곁의 귀여운 동물이 아니었다. 개의 실상이 우리네 삶과 무엇이 다를 바 있으랴.

    긴 교직생활 중에서 유난히 잊혀지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아마 그들은 이 사회의 의젓한 청년으로 잘 자랐으리라 믿고 있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의 성격 또한 너무 강해서 공격적이거나 삶의 의욕이라고는 없어 축 처진 아이들이다. 그들은 대개 부모의 이혼으로 친척집에서 살거나, 편부모 가정에서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 부양을 쉽게 거부하였을까만 그들의 현실은 사랑에 굶주리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온 몸에 멍 자국이 시퍼렇게 들기도 하고 끼니를 굶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모든 잘못을 부모의 탓인 양 더욱 극진하게 자녀를 보살피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이혼가정을 문제 가정으로 바라보거나 이상한 가정으로 지칭될 수 없다. 하지만 자녀 부양에서만은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온 힘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최소한 그들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만은 인식시켜선 안 된다.

    교육운동의 선구자인 니일(A. S. Neill)은 그의 저서 ‘섬머힐’에서 “문제 아동과 문제 청소년은 없다. 다만 문제 부모와 문제 사회만 있을 뿐이다”는 말을 하였다.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는 청소년의 사회적 일탈 현상을 야기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문제를 일으키게 한 근원적인 행동의 발단은 그의 부모와 교사, 사회의 어느 누구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은혜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사랑스러운 자녀에게, 그동안 애정 표현에 서툴고 무심했던 우리 가족들에게 사랑을 마음껏 전하자. 다소 소원했던 부부간에도 따뜻한 눈길로 마주 대해보자. 그리고, 자녀의 손을 잡고 한 번 더 부모님을 찾아 뵙고, 존경하는 스승을 찾아 그분들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날이 되기를 빌어 본다.

    작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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