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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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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작가칼럼-논술지도 문제점 있다

  • 기사입력 : 2008-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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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프랑스에서는 고교졸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계속 실시 여부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이 시험을 통과하면 그랑제꼴을 제외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어느 일반대학에나 진학할 수 있는데, 30여년 전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대학입학 예비고사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

    그러나 시험내용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사지선다형 객관식으로 시험을 치렀지만, 바칼로레아는 잘 알다시피 주관식 서술형과 에세이 시험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논술시험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프랑스 1871개 고교에서 실시하는 이 시험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막대한 시험비용(3000억원)에 비해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을 가리는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응시생의 83.3%가 합격했는데 명문 사립고의 경우 100% 합격했으며, 공립고나 수준이 떨어지는 사립고의 경우에도 70% 이상 합격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 입학생의 50% 정도가 1학년에서 중도 탈락했다는 점이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칼로레아 실시 자체가 별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도 객관식 대학수학능력 시험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몇 년 전부터 논술고사를 수능과 병행하여 실시하게 되었다.

    대학입시에 일정 비율 반영토록 함에 따라 논술시험에 대한 열기가 고조된 가운데 사설학원을 중심으로 공사립 대학까지 논술지도교사 양성 과정이 우후죽순처럼 개설되었다.

    대개 3~6개월 과정에 70~80시간을 이수하면 논술지도교사 자격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술지도교사 양성 과정의 양적 팽창에 따른 지도교사 자질 문제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문장 강화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유무를 거르지 않고 마구잡이식 수강생 모집으로 변질된 작금의 논술지도교사 양성 과정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장 지도력은 충분한 독서력이 뒷받침된 가운데 대학이나 어학전문 고등교육기관에서 어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나 작가로 등단한 사람들이 그나마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다.

    그 실례로 논술지도사 과정을 마치고 학생 지도에 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논술 지도력의 한계를 느낀 나머지 평생교육원의 문예창작 과정이나 대학의 어문계열에 재입학하여 학습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논술시험은 에세이 시험이다.

    에세이는 수필보다 한 단계 높은 매우 논리 정연한 글쓰기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수학공식 가르치듯 논술을 가르친다면 논술다운 논술은 애시당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문제점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의 논술시험도 대학입학의 통과의례 정도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학 과정의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변별력을 상실한 논술시험은 또 하나의 입시 부작용으로 남아 교육정책의 혼란을 부추기고, 사교육비의 지출만 가중시키는 형식적인 입시제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금 실용주의 정부에서 교육정책의 대대적인 개혁작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차제에 논술고사에 대한 문제점도 재검토해 그 개선책을 강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칼럼

    이 광 수

    경남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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