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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민심·여론과 신문의 역할 - 도운수 (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8-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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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는 출생 후 삼칠일이라 하여 3주째가 가장 중요한 고비이다. 그래서 옛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3주까지는 집안을 깨끗히 청소하고 이웃 사람도 들이지 않았다.

    3이란 숫자는 국가 운영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개월여를 넘긴 100일을 맞았다. 아이는 출생 3주째가 고비이고 대통령은 취임 3개월째가 고비인 듯하다.

    모든 일의 초기가 매우 조심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발 단계부터 많은 암초를 만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값이 서민의 숨통을 조이는 와중에 답답한 민심이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로 분출된 것이다.

    그런데 전임 대통령이 체결한 쇠고기 수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성급하게 강행하려던 정부와 민심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러한 민심과 여론을 지면에 수시로 반영해 왔던 신문들은 작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3개월여 진행된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을 지적하고 도덕과 원칙을 저버리지 말라고 질타했다. 이제 위기상황으로 치달은 시국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앞서 국정을 이끌었던 국가원로들의 고견을 수렴하여 난국 수습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거니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당도 더 이상 평행선이 아닌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모두가 국민을 안정시켜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은가.

    경남이 안고 있는 굵직한 사업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목적을 달성한다. 결코 민의를 저버릴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자연환경을 훼손하거나 오염물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첨예한 대립에 직면한다. 해를 넘기며 끌어온 마산의 STX중공업 유치 문제도 주민의 반대를 넘기 어려웠다.

    마산은 지금 지난날의 풍요를 구가하기 위한 난포·창포 산업단지를 비롯한 로봇랜드, 복합행정타운, 이순신대교 등을 추진 중이지만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한다.

    STX 예정입지는 구산면 수정마을의 매립지로 면소재지이다. 대체로 마산시민들은 환영하지만 기업 유치로 인한 공해를 우려하는 주민으로서는 찬·반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30일 실시한 STX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참가 투표자의 91.2%가 찬성했다. 그동안 기업유치를 희망한 STX는 공장설립 절차를 앞당길 것이고, 마산시도 행정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사회에서의 문제 해결은 다수의견을 도출하는 방법에 의존한다. 그러나 소수의 의견도 최대한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찬·반 투표에서 나타난 7.1%의 반대에 대한 갈등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피해를 감안한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불안 심리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이번 주민들의 찬성은 마산의 발전을 결정짓는 큰 결심이었다. 마산시는 STX유치 결정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대업을 성사시키는 ‘노하우’도 경험했다. 연차적으로 추진될 다른 대규모 사업 유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STX 유치가 확정되기까지 지역신문은 보도에 신중을 기해 왔다. 그만큼 마산시민은 물론 각계에서 이 문제에 관한 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경남신문이 매월 개최하는 독자위원회에서도 기업유치와 공해유발을 두고 시각을 달리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진통 끝에 얻어진 것이므로 마산경제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옴부즈맨 칼럼

    도운수  경남신문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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