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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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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잘못된 문단 풍토 - 고동주 (수필가)

  • 기사입력 : 2008-06-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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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이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선택된 체험을 고도로 압축하면서 인간 탐구를 가미하여 아름답게 형상화한 결과물이 아닐까.

    작가의 시각을 통해서 걸러진 인생의 다양한 면을 독자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작품에 따라 인간다운 향기에 젖을 수도 있고 신선한 감동도, 침통한 비극도 맛볼 수 있다. 하여간 생활 속에 문학의 비중이 클수록 삶의 질이 윤택해지는 것만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을 터.

    문학 장르 중에서도 수필은 어렵지도, 길지도 않은 장점과, 전자매체시대를 비롯한 일반생활 속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럴수록 수필은 독자에게 더 큰 부담을 느끼면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품을 통해서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해석이 있어야하고, 그런 해석을 통해서 삶의 가치가 희망적이면서 차원 높게 승화되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때로는 인간생활 중심의 헝클어진 사건들 사슬에서 빠져나가는 철학을 제시하여 안식을 주는 역할까지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막중한 임무가 있는 오늘날의 수필을 비롯한 문학이, 지금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심히 걱정스럽다. 전국적으로 계간, 월간 문학 잡지사가 이미 수십 개사에 이르고, 또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 현상으로 문학인들의 작품 발표의 장(場)이 충분히 확보된 점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등단 작가를 많이 발굴해내는 것도 어쩌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등단제도가 잡지사의 운영수단이 되어있다는데 문제가 크다. 등단을 조건으로 수백 권의 책을 강매하거나, 수상을 조건으로 시상식 경비를 부담시키고 있어 문단의 권위를 스스로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런 풍토가 공공연하지만 아무런 제동장치도 없다.

    훌륭한 작가를 발굴하기보다는 등단 희망자를 찾아다니는 형편이니 이미 등단의 권위와 영광은 실종되고 말았다. 그렇게 배출되는 작가들이 매월 수백 명에 이른다. 그중에는 우수한 신인도 있으나 분위기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력을 잃게 된 작품들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당연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아닌가.

    표현이 졸렬하거나, 자랑을 늘어놓거나, 들으나마나한 이야기이거나, 잘 다듬어지지도 않은 글을 차분히 읽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그중에 우수한 작품이 있어도 도매금으로 외면당할 수 있다. 대량의 불량 상품 중에서 우량품까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비극을 어쩌랴.

    이런 문제점에 대한 처방이 있다면 정부의 배려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다.

    우선 유력한 문학 잡지사를 선발하여 소수정예화하고 그들에게 적정선의 운영비를 지원하여 안정(安靜)시키면 보다 당당한 위치에서 문학의 백년대계를 떳떳하게 열어 갈 것이다. 이런 과제를 정부에서 비중 높게 인지하고, 필요하다면 법으로 그 기준을 정해도 될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이 쇠약하여 중병에 걸린다면, 이 나라 국민 정서가 구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고 자부하기 전에 국민 정서의 기반을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리라.

    빠른 시일 안에 문학 풍토가 품위를 회복하면서, 향기로운 분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작가칼럼

    고 동 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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