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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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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꽃이다

  • 기사입력 : 2008-1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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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도윤

    나는 오늘 아침

    울었습니다

    세상이 너무 눈부시어

    울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아파트 10층 시멘트벽 물통 사이

    조막손을 비틀고 붉게

    온몸을 물들인 채송화 하나

    그래도 나는 살아 있다

    눈물인 듯 매달려 피었습니다

    무릎을 꿇는 햇살 하나

    그를 껴안은 채

    어깨를 떨고 있습니다

    ☞ 생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명으로 인해 ‘눈부신’ 세상을 찬탄하는 화자의 심상이 아침의 햇살처럼 선명하다. 이름대로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헛된 욕망을 벗고 제게 주어진 이름대로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가장 쉽고 아름다운 삶일지도 모른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상위 나라에서 생명을 넘어선 가치가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채송화처럼 작고 소박한 존재일지라도 그 이름값에 다하는 충실한 삶을 이룰 수 있다면 어찌 거룩하지 않으랴, ‘조막손’으로 애달픈 삶을 이루어가는 모든 생명에게 ‘무릎을 꿇는’ 가랑잎의 계절이다. 문희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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