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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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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마산항을 바라보며- 정연철(마산수산업협동조합장)

  • 기사입력 : 2009-08-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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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성장하면서 바다는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았다. 조상 대대로 어업을 생업으로 살아왔으며, 그런 연유로 어업인의 대표로 마산수협의 조합장에 취임한 지도 일년하고도 반년이 지났다.

    수협 위판장에 경매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 3시에 집을 나서는 것이 이젠 일상화되었다. 이른 새벽녘 마산항의 싱그러움을 맡으며 지난날의 향수에 잠시 젖어본다.

    개항을 한 후 100년이 넘었건만 마산항은 오히려 사람들로 북적대며 기분좋게 요란스러웠던 그 시절과는 달리 점점 더 조용하기만 한다. 아니 침묵하는 유령의 도시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다. 선거철만 되면 나붙는 공약처럼 마산이라는 도시가 전국의 7대 도시에서 경남에서조차 일곱 번째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에 40만이 넘는 우리 마산 시민들, 특히 마산에서 자라 잔뼈가 굵은 성인들은 아마 가슴 한쪽이 서글퍼지며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이젠 우리도 우리의 마산을 위하여 비상의 날개를 펴야겠다.

    가고파의 푸른 물결 넘실거리는 바다를 되찾아야겠고, 그 바다 속에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알을 낳아 부화를 하고 성장하면 어부들은 싱싱한 고기를 잡아서 시민들이 싱싱한 생선을 먹고 활기찬 생활의 리듬을 되찾으면 좋겠다.

    나는 30여년 동안 바다의 생체리듬에 대한 일기를 기록해 왔다. 그 일기를 토대로 보면 전년도와 동일한 음력 일시와 장소에는 비슷한 크기의 어종들이 반드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바다의 생태를 보면 어린 고기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고기가 살고 있는 바다는 국경이 없다. 여름철에 먹는 장어나 겨울에 즐겨 먹는 대구 등 대다수의 어종들은 동해나 또는 태평양의 넓은 바다에서 바람을 피우다 마산항, 특히 괭이바다에서 산란을 한다. 그런데 그들만의 통로인 가덕도 바다는 거제와 부산을 잇는 거가대교의 공사로 일부 매립이 되어 숨이 막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산항 소모도를 임의적으로 매립하여 바다의 물길을 막아버렸다. 이러한데 어찌 고기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겠는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기술로써 대체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생각은 시내에 농수산물종합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부산하면 자갈치시장이 떠오르듯 마산에는 어시장이 잠시 떠오를 뿐인데 그나마 가보면 실망이 크다. 찾아오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특이할 만한 콘텐츠가 없고, 그냥 평범한 시장일 뿐이고 불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론이다.

    민족의 정서상 농수산물은 조상의 제를 모시든 어떤 행사를 하든 꼭 필요한 품목이다. 그런데도 농산물시장은 시민들이 드나들기가 어려운 곳에 홀로 위치해 있다.

    6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마산수협도 새로운 활로를 되찾기 위하여 원전항으로 위판장을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의 수협 위판장은 마창대교와 건너편 삼귀 해안가의 야경이 일품인 곳에 위치해 있다. 마산 시내를 아무리 둘러봐도 농수산물복합센터를 건립할 이만한 입지조건을 가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5000여평의 넓은 공간을 좀 더 활용해 5층 정도의 타운을 만들어 한 층은 주차장으로, 한 층은 농산물센터로, 또 한 층은 수산물센터로, 그 위에는 놀이문화와 휴식 공간으로 바다를 보면서 맛있는 먹거리 문화를 즐긴다면 마산의 인공적인 명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업인의 대표로서 짧은 생각일는지는 모르겠지만 먼 훗날 우리의 후손에게까지 바다가 바다로서의 존재가치가 영원했으면 좋겠고, 우리 마산이 마산의 이미지에 맞는 명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라도 수부도시로서의 옛 영광을 되찾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연철(마산수산업협동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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