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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실패를 두려워하자- 김창현(세원셀론텍(주) PE사업본부장·전무)

  • 기사입력 : 2009-10-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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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년간 전 세계에 몰아쳤던 경제위기가 이제는 국가별로 출구 전략을 논의할 정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극복 사례로서 이미 세계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이 4%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희망적인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수십년간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던 그 거대한 기업들이 지난 1년 동안 왜 사라져야만 했으며, 살아남았거나 오히려 성장한 기업들은 왜 그럴 수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일본의 실패학 창시자로 불리는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해 모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실패의 원인을 사후에 찾는 것보다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줄이는 것이 실패학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미국 에모리대학 세스 교수는 7가지 ‘자기파괴습관’을 발표한 바 있다. 첫째, 눈앞의 경쟁에만 몰두하는 ‘경쟁의 근시안’, 둘째, 성공신화나 관습에 매달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괴로운 ‘현실을 부정’, 셋째, 기업이 누렸던 최고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외부의 조언을 무시하는 ‘오만’, 넷째, 자신들의 규모를 믿고 자신들만은 문제 없다는 ‘타성’, 다섯째,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의 ‘핵심역량에만 의존’, 여섯째, 자신의 사업만을 고집하는 ‘영역의식’, 일곱째,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는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규모에만 집착’, 이 7가지 습관이 자기파괴를 초래하고 결국 실패하는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지적에 크게 공감하면서 8번째 요소를 추가하고자 한다. 조직 내부의 ‘파벌주의’이다. 파벌주의에 따르는 폐해는 따로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실패의 위기를 벗어나 성공적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라면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겠다. 이 기업은 시장 요구와 소비자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수요와 연결될 시장을 연구하고,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체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대기업들만 위기에 강하고 우리나라 기업 대다수인 중소기업들은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망망대해에서 대책 없이 태풍을 만나면 누구라도 별 도리가 없겠지만, 위에 지적한 8가지 태풍경보를 기업의 경영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몸집이 작아 잽싸게 움직일 수 있는 중소기업이 더 신속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실패를 좋아하고 자기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얼빠진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길로 가야 실패를 면할 수 있는지, 지금 자신의 기업이 실패의 구렁텅이로 접어들고 있는지 모를 뿐인 것이다.

    필자는 ‘용서받을 수 있는 실패’, 즉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경우를 두려워하자는 것이 아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실패’, 즉 과거에도 계속 반복이 되었거나 위에 열거된 8가지 이유로 야기될 실패를 진정으로 두려워하자는 것이다.

    훌륭한 경영자라면 심지어 ‘용서받을 수 없는 실패’라도 ‘용서받을 수 있는 실패’로 바꾸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파벌의식이 제거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한 건강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라면 이 또한 가능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실패를 직시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그 실패를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은 확실히 구분하되, 눈앞의 현상만 보지 말고 근본적 원인을 찾고, 그 결과를 직원들과 공유해 보고 싶다. 흔들리지 않으면서 피는 꽃은 없다고 한다.

    김창현(세원셀론텍(주) PE사업본부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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