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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현장에서 찾은 성공신화- 허환구(경남조선기자재협동조합 전무)

  • 기사입력 : 2009-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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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STX 강덕수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들의 경영 노하우를 매스컴에서 앞다투어 할애하고 있다. 경제계 주역들의 생생한 체험담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하는 드마라틱한 역사이고 비전이요, 미래를 향한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지식 메신저의 기치를 내걸고 올해 출범한 남강100인포럼은 위기를 극복한 성공 CEO들을 초청해 경험담을 듣는 기회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20년 전 풍비박산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그룹으로 기사회생시킨 샐러리맨 출신의 화승그룹 고영립 회장을 초청해 특강을 들었다.

    고 회장은 미래를 여는 통찰력, 가능성에 도전하는 과감한 결단력, 노사 상생, 희생정신의 기업 철학, 열정 넘치는 인재 발굴 및 육성,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한 신뢰 구축을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위기의 문제점은 현장에 있다는 판단하에 현장에서 근로인들과 머리를 맞대었고, 대리점에서 고객의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동분서주했다.

    돼지국밥집에서의 격의 없는 난상토론이 황금알을 낳았다고 했다. 사원들의 절규 어린, 정곡을 찌르는 하소연을 경청했다. 당시 월급 30만원 받는 경리사원에게 하루 저녁 60만원 접대비 영수증을 임원들이 던져 줄 때 가슴 찢어지는 분노를 느꼈다는 절규 어린 통곡에 노사상생의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부도 회사 간의 통폐합, 조직의 슬림화, 브랜드의 과감한 축소, 임원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혁신의 메스는 생살을 도려내야 하는 아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업 부실은 결국 국민과 국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고 했다. 자신의 재산과 건강을 몽땅 회사에 바치면서 오로지 회사의 회생을 위한 열정에 감복한 직원들이 스스로 퇴사하는 우정의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직원 70%를 구조조정했고 (훗날 그분들을 재임용했다고 한다) 결국 재기의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IMF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가장 강하게 살아남아 국내외 사업의 다각화로 신발, 패션, 자동차부품, 필름, 종합무역 등 오늘날 매출 3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5년 후 7조원의 목표 제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래는 초광역 경제권 체제로 재편이 된다. FTA 스크린 속에 함께 등장하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미국, EU, 동북아 3국, 인도, 남미 할 것 없이 자원과 기술의 융합시대의 멤버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생존의 법칙에 살아남지 못한다. 달러 지주시대도 위태롭다. 파생상품에 울고 웃는 기업이 많지만 결국 금융은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다. 신흥국들은 한국의 성공 로드맵을 벤치마킹하기에 여념이 없다. 향후 제조업은 인도가 좋고, 중국은 서비스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엄청난 부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은 정주영 회장, 관리는 이병철 회장, 판매는 장보고, 연구는 세종대왕, 전략은 충무공이 전형적인 모델이다.

    기업 흥망의 열쇠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은 노사 상생이다.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라, 정직하게 공개하라, 측근에 친인척을 배제하라. 10년 후를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인재를 등용하라. 똑똑한 사람보다 열정과 집념, 도전 정신이 강한 리더를 육성하라.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맘을 얻고 신뢰하면 만사가 소통이다. 그것이 결국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간다.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소중한가! 내가 소중한 만큼 기업의 멤버십, 노사 간에 가려움을 긁어 줘라. 노사분규가 생길 이유가 없다.

    고 회장은 5년 전 피부암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가족들에게 유언을 했다고 한다. “평생 회사가 있어 행복했고 일이 있어 만족했다. 회사를 원망하지 마라.” 암 투병에서 승리한 그는 이날 강연에서 35년간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 2시간40분간의 열강을 마치면서 후련해 했다. 인간적인 소탈한 열정의 사나이에 대한 매력에 숨죽이듯 경청한 시민들은 그에게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진한 감동의 여운이 지금도 맴돌고 있는 듯하다.

    허환구(경남조선기자재협동조합 전무·남강100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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