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01일 (토)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중기 인력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서도 찾자- 최철안(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 기사입력 : 2009-11-09 00:00:00
  •   
  • 얼마 전 대학 교수님, 전문계고 교장선생님 등 학교 책임자 몇 분과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중소기업 대표 몇 분과의 만남이 있었다.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취업 문제와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대해 서로 논의해 보기 위한 자리였다.

    학교에 계신 분은 기업이 취업문을 더 넓혀주고, 복지 수준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체에 계신 분은 현장에 맞는 인력은 없고, 취업하려는 젊은이는 자기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터무니없는 요구만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에게 국내 실업자도 많은데 왜 외국인 노동자를 쓰느냐고 물었다. 현장에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고 임금·근무조건 등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쓴다고 했다. 매년 물가는 오르는데 납품단가는 항상 내려만 가고 있으니 어떻게 더 기업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느 대기업의 임원에게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부품에 대해 납품단가를 매년 물가수준을 고려해 인상시켜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외국의 수입 부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대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다른 유수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전 사원이 비용 절감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고, 기술수준이 되는 한 저렴한 부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GM 등 세계적 기업들이 쓰러지고 있는 현실을 보라고 했다.

    이와 같은 극명한 의견 차이가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업난과 인력난의 한 단면이다. 노동조합이 잘 갖추어진 대기업은 매년 임금 등 근로조건의 수준을 올리고 있지만,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근로조건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심화는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만을 바라보게 해서 중소기업은 인력난, 젊은이에게는 취업난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의 하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대기업은 납품단가 산정 시 중소기업의 직원을 자기의 직원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중소기업은 가격경쟁을 보완하는 다른 경쟁력을 제공해 주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직원의 수준을 올려주지 못하면 자사의 직원 수준도 올리지 않는 지혜와 납품단가를 낮추는 것보다 다른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낮은 임금을 찾아 외국인만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적정한 대우를 통해 국내 우수인력을 채용하고, 이들을 활용해 더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여 대기업에 가격경쟁력을 보완하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줌으로써 대기업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보탬을 줄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당장의 비교보다 장기적 안목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동기생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나, 중소기업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자기도 성장할 수 있고, 대기업과는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향후 자기의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우리지역의 많은 기업 대표가 중소기업의 근무 경험을 통해 창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과 모순 속에서도 우리 경남에는 대기업 못지않은 근로조건을 제공하고 있는 중소기업도 많이 있다.

    김해의 A기업, 양산의 H기업, 진주의 S기업 등은 ‘인력관리 우수기업’으로 중소기업청에 추천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기업 사례에서 보듯 실업난과 인력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관계자들이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철안(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