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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세계경제를 지탱해온 달러화의 미래는-전지영(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09-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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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기축통화로서의 신뢰 저하가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는 작년 말 금융위기 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일시 반등하기도 하였으나 2002년 이후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년 들어 11월 20일까지 달러는 유로, 엔, 파운드에 대해 각각 6.8%, 1.9% 및 14.2% 절하되었다. 또한 역사적으로 통화대용 수단으로 활용되어온 금도 달러의 가치 하락을 반영하여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1월 20일 현재 온스당 1145달러로 전년 말 대비 29.8%나 급등하였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달러화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원유 대금 결제 시 달러 대신에 유로, 엔, 위안 등이 포함된 바스켓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거나 세계경제의 신흥강국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무역거래 결제시 자국통화의 사용을 점차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한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초국가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다급해진 미국은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버냉키 FRB 의장이 나서서 세계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강한 달러화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표명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처럼 그동안 전 세계 중심통화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을 지탱해온 미 달러화가 시장의 신뢰를 잃고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 근본원인은 미국경제의 펀드멘털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전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던 미국경제는 자국 상품의 대외경쟁력 약화와 아울러 소비확대 중심의 성장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만성적인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

    또한 작년 하반기 서브프라임 사태와 함께 찾아온 금융위기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세계금융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온 뉴욕 월스트리트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미국의 재정 확대 및 초저금리 정책이 달러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금리의 달러를 빌려서 고금리, 고성장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거래가 확산되면서 달러 약세는 심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 기조에도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위상은 당분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의 역사’의 저자인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전후 미국은 전세계 상품의 최종 소비자(consumer of last resort), 세계 거시경제정책의 조정자, 안정적인 국제환율 시스템의 지원자, 세계금융시장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경기변동을 완화하는 장기대출자(counter-cyclical long-term lending)의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경제에 이런 5가지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하는 유일한 국가였고, 미 달러화는 글로벌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지탱하는 기축통화로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여 왔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세계경제에 5가지 공익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미국의 역할이 아직은 살아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달러화의 지위에 도전할 만한 통화를 찾기가 당분간 어렵다고 판단된다. 유로화와 엔화는 국제통화임에도 EU 회원국 간 경제사회 여건 격차, 고실업률, 경기부진 지속 등으로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위안화는 중국경제의 고성장에도 낙후된 금융시스템, 자본자유화 미흡 등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적잖이 훼손된 만큼 미 달러화가 과거와 같은 확고부동한 중심통화 지위를 가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제도는 달러 독주체제에서 유로, 엔, 위안 등도 일정 역할을 부여받는 경쟁체제로 서서히 이행해 나갈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평가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위안화는 중국경제의 위상 제고와 함께 국제무역 및 금융거래에 있어 그 지위가 점점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전지영(한국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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