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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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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함께 나누는 시장경제를 갈구하며- 남길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기사입력 : 2009-12-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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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적에 배운 먹이사슬과 먹이 피라미드가 문득 떠오른다. 먹이사슬이란 생물 사이의 먹고 먹히는 관계가 마치 사슬처럼 연결된 것으로 정의되고, 먹이 피라미드는 먹이 연쇄단계에 따라 생물의 수를 표시하면 피라미드 모양으로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먹이사슬은 인간의 사회생활에도 접목된다. 특히 사회의 중요한 유지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경제에서의 피라미드 사슬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산업화와 시장원리의 왜곡으로 시장사슬과 시장피라미드가 위협받고 있다. 시장의 가장 넓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던 재래시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거대자본에 의한 대형유통점의 출현으로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경남의 경우, 현재 21개의 대형마트가 있고, 마산에만도 4개가 있다. 이러한 대형유통점에 밀려 그나마 현대시설로 탈바꿈하는 대형재래시장만 겨우 버티고 있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또 하나의 시장사슬을 파괴하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라는 공룡이 나타났다. 대기업이 골목의 소규모 점포나 슈퍼마켓마저 접수하기 위해 저인망식 입점에 나선 것이다. 이제 시골동네 골목골목을 점하고 있던 슈퍼아줌마들의 인정스런 모습도 사라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경남도내에만 이미 61개가 성업 중이고, 최근 10여 개의 업체가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시장경제 논리대로라면 규제 방법이 없다. 경쟁에서 이기는 유통점이 살아남고, 경쟁이 안 되면 도태되는 게 자연스럽다는 논리다. 하지만 경쟁에도 상도의가 있다는 생각이다. 경쟁상대가 되는 경쟁자들끼리의 경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에서도 체급이나 수준에 맞춰 시합을 붙이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장학금으로 육성된 헤비급 선수가 핀급 선수들 영역마저 침범하겠다는 형국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이를 말릴 심판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기업 중심의 왜곡된 시장경제구조 문제와 관리자의 성실의무를 다하지 못한 탓은 논외로 두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될 엄청난 결과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소매업체의 매출 감소와 줄 폐업을 부를 것이고, 이로 인한 실업자 양산, 기초상권 붕괴에 따른 지역사회의 갈등 증폭, 지방세수 감소와 사회복지비용의 증가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는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결국 대기업으로서도 자신들이 잠식한 대형유통점이나 SSM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집중의 경제구도 속에서 시골의 재래시장이나 골목슈퍼에서 유통마저도 수도권으로 싹쓸이하겠다는 것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자치의 근간마저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최근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경남도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경남도의회의 조례를 제정하는가 하면 중소기업청 등이 적극 나서는 등 정부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미 자리 잡은 대자본의 버티기와 공격적 마케팅을 바꾸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들의 양보와 협력이 절대변수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프랜차이즈화한다는 방법론도 나온다.

    따라서 관계기관들의 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자본의 양보의 미덕도 요청하고 당부해 본다. 보다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적 합의 도출과 제도적 틀 마련으로 그야말로 건강하고 정정당당한 자유시장 경쟁원리를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어찌 필자만의 생각이겠는가.

    특히 시장경제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관 책임자의 위치에 있기에 작금의 현실에 더욱 가슴 쓰리고, 함께 나누는 시장경제를 갈구하는 것이다.

    남길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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