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심었다- 윤제림
- 기사입력 : 2009-1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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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심었다 -윤제림
할머니를 심었다. 꼭꼭 밟아주었다. 청주 한 병을 다 부어주고 산을 내려왔다. 광탄면 용미리, 유명한 석불 근처다.
봄이면 할미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심었다’란 동사의 지휘를 받는 이 작품을 두고 수사법상의 문제 따위를 들먹인다는 것에 나는 반대다. 모 문예지 작품상 심사평에 나오는 내용의 낯설게 하기 등의 찬사 앞에서는 두드러기가 돋는다. 불교의 고유 사상과 세계관을 현재적 정서로 형상화한 수작이란 평가는 또 어떤가. 이를테면 비평가들의 입이 독자들의 감흥을 죽이는 것은 아닌가?
‘묻었다’란 동사가 ‘심었다’란 동사로 바뀌는 순간 내 몸은 움직인다. 어떤 말하기 방식으로서의 시가 가진 위력이다. 땅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도 심을 수 있는 꽃, 피울 수 있는 꽃이 사람 아니던가. 슬쩍 옆길로 빠지자면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은 내 모든 것을 네 몸에 심어주겠다는 뜻, 곰곰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그렇다. 그냥 심었다! 그걸로 족하다. -김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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