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01일 (토)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기업형 슈퍼마켓의 골목상권 진출을 보며- 성재황(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09-12-28 00:00:00
  •   
  • 2009년 기축년(己丑年)이 저물고 있다. 흔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면 여러 가지 일들을 회고하게 된다. 중소기업연구원에서는 올 한 해 중소기업계의 3대 뉴스로 키코(KIKO, 통화옵션파생상품)사태, 기업형 슈퍼마켓(SSM) 분쟁, 중소기업 구조조정이라고 발표했다.

    연초 환율 급등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었고, SSM이 지역 골목상권까지 진출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갈등의 목소리를 키웠으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권이 중소기업 퇴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경제와 서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SSM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올 한 해 경남지역 5개 시에 10개의 SSM이 진출 또는 진출 예정으로 지역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의 출점 명분은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라고 한다.

    SSM 진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 중소상인들은 한정된 자본과 인력으로 가족 생계유지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대형마트, SSM 확산, 소비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형 유통기업에서 말하는 소비자 선택권, 영업의 자유 등은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이 장기간 쌓아 놓은 인간미 넘치는 골목상권과 생활의 터전을 대규모 유통망, 공격적인 마케팅을 동원해 하루아침에 차지하겠다는 발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경쟁이라는 경제논리가 적용됨이 마땅하나 SSM과 중소 유통업계의 공정한 경쟁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명백한 일방적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 54개 SSM 주변 소상공인(슈퍼마켓, 야채·청과, 정육점 등) 226곳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 SSM 입점으로 인한 영향과 피해 사례 등을 조사한 결과, 41.2%가 6개월, 24.1%는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응답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형 유통기업들은 출점을 자제하고, 중소상인들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 확대를 조절 및 규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대규모점포입지법에 의해 1000㎡ 이상 대규모 점포 출점 시 제한요건을 두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환경기준(교통혼잡, 소음, 배기가스 등) 강화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과도한 출점을 제한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과 특별법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수많은 중소 유통업체와 지역 영세 소상공인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 규제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으로 SSM 입점으로 현재 사업조정 신청이 제기된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상생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로의 견해가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관과 대응논리가 극명하게 상이해 양쪽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 어렵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역 중소 상인의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대승적 차원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 포기 선언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영세 소상공인 또한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 마인드 제고에서부터 지역 소상공인 간의 조직화·정보화 및 공동물류, 공동마케팅 등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정부 및 지자체 담당자의 중소·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 배려와 소비자들의 대형마트나 SSM의 편리성과 경제성에 우선하는 지역 소상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더해질 때,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에는 지역 소상공인과 대형 유통회사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성재황(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