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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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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이홍섭

  • 기사입력 : 2010-0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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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라 하였지만

    나 이쯤에서 사랑을 두고 가네

    길은 만신창이

    지난 폭우에

    그 붉던 단풍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집도 절도 없이

    애오라지 헐떡이는 길만이 고개를 넘네

    사랑하라 하였지만

    그 사랑을

    여기에 두고 가네

    집도 절도 없으니

    나도 당신도 여기에 없고

    애간장이 눌러 붙은 길만이

    헐떡이며, 헐떡이며

    한계령을 넘네

    ☞ 또 새해가 왔다.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이맘때면 누구나 한번쯤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것 같다. 그러니까 길은 만신창이, ‘애간장’이 눌러 붙지 않은 길이 어디 있을까? ‘사랑이라 하였지만/ 나 이쯤에서 사랑을 두고 가네’ 잔잔한 어투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홍섭의 시편은 사람이 사람을 아프게 ‘헐떡이는’ 눈길을 담고 있어 간절하고 질척하다. ‘집도 절도 없으니/ 나도 당신도 여기에 없고’ 그래서 또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것. ‘애간장이 눌러 붙은 길만이/ 헐떡이며, 헐떡이며’ 이쯤에서 나는 지난 한 해도 참 잘 버텼다는 생각. 그래서 또 한 해가 왔다. 한계령을 넘어 저만치 당신과 내가 사랑이라 말하고 싶은 또 하나의 붉은 햇덩이가 솟아오르고 있다. -김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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