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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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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인간- 장정일

  • 기사입력 : 2010-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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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름은 스물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 당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뒤돌아보면 참 부질없이 살았다는 느낌. 그러니까, 부질없이 보낸다는 것도 죽음의 지휘를 받는 삶의 한 형식이 아닐까. 장정일의 오래된 시편을 통해 나는,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의지를 ‘찬사’ 혹은 ‘조소’라고 읽는다. 지하인간이 되어 ‘조용한 비명’을 음악으로 듣는 여유로움(?)도 가진다. 당신은 동의하는가. 설령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내가 당신에게 전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김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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