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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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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 쑥국- 박우담

  • 기사입력 : 2010-0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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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달래 개나리 매화꽃 온갖 꽃들이 자리 잡은 봄날에, 눈이 오다가 말다가 함박눈이 오다가 말다가, 진눈깨비 오다가 말다가 비가 오다가 말다가, 길이 얼었다가 녹았다가 또 얼었다가 녹았다가, 햇살이 보이다가 말다가 날씨가 꼭 마누라 같다

    지금 곁눈질로 마누라 눈치 살피는데 숟갈에 얹혀온 쑥이 입술을 삐죽거린다

    ☞ 입춘 추위가 김장독 깬다는 옛말이 쿡, 옆구리를 쑤신다.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저만치 오던 봄도 등을 돌려버릴 것 같은 이즈음 ‘날씨가 꼭 마누라 같다’는 시인에게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미리 얻어먹는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쁜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정치판보다 먼저 살펴야 하는 게 부엌칼을 든 마누라 눈치! 그렇다. 봄은 TV화면 속에서 개기름 번질거리는 인사들이 아니라 산란기를 끝낸 도다리처럼 지금 곁눈질로 마누라 눈치 살피는 남편의 숟갈에 얹혀 입술을 삐죽거리는 쑥에서 온다. 봄, 저만치 봄이지만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걱정이다. 도다리와 쑥이 제대로 만날 수나 있을까? -김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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