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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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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함성호

  • 기사입력 : 2010-0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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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 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 설도 지나고 저만치 또 봄이다. 시인의 입을 아니, 가슴을 빌리자면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는’ 것. 그러니까 꽃이 피는 시간 속에서도 꽃은 꽃이고, 지는 시간 속에서도 꽃이다.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사랑의 ‘서사’는 언제나 최초이자 최후이다.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는 선언은 어쩌면 악마적 유희가 아니라 지극히 통속적인 주술이다.

    그렇다면 지금 꽃을 기다리는 당신은 사랑의 주인인가? 손님인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김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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