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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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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천양희

  • 기사입력 : 2010-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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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각거미는 입에다 제 알집을 물고 다닌다는데

    시크리드 물고기는 입에다 제 새끼를 미소처럼 머금고 있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업을 저지르네

    말이 망치가 되어 뒤통수를 칠 때 무심한

    한마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때 입은

    얼마나 무서운 구멍인가

    흰띠거품벌레는 입에다 울음을 삼킨다는데

    황새는 입에 울대가 없어 울지도 못한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비명을 내지르네

    입이 철문이 되어 침묵할 때 나도

    모르는 것을 나도 모르게 고백할 때 입은

    얼마나 끔찍한 소용돌이인가

    때로 말이 화근이라는 걸 일러주는 입

    입에다 말을 새끼처럼 머금고 싶네

    말없이 말도 없이

    ☞ 텔레비전에서도 신문에서도 튀어나온다. 입은 불쑥불쑥, 끔찍하다. 글쎄, 밥을 먹다 불쑥, 튀어나온 입 때문에 밥숟가락을 집어던질 때가 있다.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을 팔아먹는 겁 없는 입, 위대한 입들, 도대체 뭔가? 도란도란 온 식구들 둘러앉은 밥상머리를 하늘처럼 섬기는 서민들의 밥맛을 떨어뜨리는 입들, 딴엔 방귀깨나 뀐다는 그 잘난 입들이 물고 있는 정치는 무엇이고 경제는 무엇일까. 글쎄, 밥숟가락일까? 끔찍하기 짝이 없는 입들에게 ‘말없이’ 바친다. ‘한마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때 입은 얼마나 무서운 구멍인가.’ -김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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