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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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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기나긴 밤을- 황진이

  • 기사입력 : 2010-03-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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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 시대를 초월한 명기, 명창, 사랑의 화신, 계약 결혼의 선구자, 여류 시인 등으로 불리며 짙은 여운과 향기를 남기고 간 황진이의 시조다. 옛시조와 현대시조를 통틀어 격조 있는 이만한 사랑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정결미, 함축미, 완결성이 돋보이는 시조의 한 전형이다. 우리나라의 고유 문학을 소개하라면 망설임 없이 앞자리에 세워 서양인들의 기립 박수를 받는 우리 문학의 절창이다. 이름 모를 총각에서부터 지족선사, 서화담, 소세양, 벽계수 등 황진이의 시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시조는 그 가운데 개성 선전관으로 부임하던 명창 이사종과의 사랑이 담긴 작품이다. 이사종의 소실로 6년간 사랑을 나누었던 현대판 계약 결혼의 산물이다. 동짓달 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내다니? 그리고는 봄바람 이불 속에서 정든 님 오시는 날 밤에 오래도록 펼치겠다는 놀라운 발상과 표현, 다함 없는 사랑의 함축! 가히 천재적인 솜씨가 아닐 수 없다. 현대시의 표현 기법으로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가슴 저린 그리움의 시다. 황진이는 가히 사랑의 화신이었다. 사랑을 유희쯤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는 경종을 울릴 만한 시가 아닌가. -김연동(시조시인)

    ※이번 주부터는 김연동 시조시인이 ‘시가 있는 간이역’을 통해 해설을 덧붙인 명시조를 소개합니다. 김연동 시인은 1948년 하동 출신으로 1987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문학’,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남문학상, 중앙시조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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