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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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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을 읽고/

‘까마귀 싸우는 골’의 작품 소개에 대해

  • 기사입력 : 2010-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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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18일자 경남신문 ‘시가있는 간이역’란에 소개된 김연동 시조시인의 ‘까마귀 싸우는 골에’ 해설 글을 읽고 의아스런 생각이 들어 이렇게 소견을 밝히는 바이다.

    김연동 시조시인은 “정몽주의 어머니가 아들이 29세 때 세상을 떠났고, 정적 이방원은 정몽주의 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에 태어났으며, 정몽주가 59세에 피살된 역사적 사실을 놓고 볼 때, 백로가는 연산군 때 김정구가 쓴 작품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고 하였다. 이는 김연동 시조시인이, 정몽주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이방원과 정치적으로 투쟁하던 시기에 지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게 아님을 한 가지만 들어 볼까 한다.

    구한말 고종 때 언론인이며 문학인, 역사가인 차상찬(車相瓚)은 <포은 정몽주 선생의 간략한 전기>에서 이렇게 썼다. ‘선생의 어깨 위에 일곱 개의 점이 북두칠성과 같은 모습으로 있어서 어머니가 이를 보고 선생이 비범한 인물인 것을 알아 특히 사랑하며 엄하게 가르쳤다. 어렸을 때 행실이 좋지 못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백로가(白鷺歌)라는 노래를 지어 경계시켰는데, 선생은 이를 듣고 크게 깨달아 오두곡(烏頭曲)을 지어 그 뜻이 변치 않을 것을 맹세했다.’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역사이야기 그대로의 내용이라, 김연동 시조시인의 글을 대하니 혼란스럽다. 정몽주는 59세가 아닌 56세 때 순절하였고, 백로가는 정적이던 이방원과는 관련이 없으며, 정몽주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아들을 훈육하는 의미에서 지은 시문임을 학자들은 기록을 통해 확실하게 밝혀 두었다. 김연동 시조시인이 거론한 김정구는, 혼란스런 시대 조정 신하들이 자주 화를 입는 꼴을 보고, 백로가를 불러 참신한 선비들을 경계했던 연산군 시대의 유명한 가객(歌客)으로 전해 온다. 정몽주의 어머니가 지은 백로가를 이방원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이들은 바로 깨달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정연가(하동문화원장)

     

    ☞ 독자 의견에 대한 답변

    고견 감사합니다. ‘시가 있는 간이역’에서 필자가 선정하고 소개하는 작품은 그 작품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를 선정, 소개한 이유는 세태를 풍자한 대표적 작품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풍자 문학은 시점이 현재라는 것을 생각하고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도 당시의 현실을 고려하여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필자는 작품 소개에서 ‘정몽주의 어머니’가 작자임을 명기하였고, “모성적 교훈을 담은 알레고리(寓意)가 칼날 같은 시조이다”라고 언급하였습니다. 이는 작자가 ‘정몽주의 어머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며, 필자의 견해도 다름없다는 것을 시사한 부분입니다.

    이 작품의 작자를 달리 보는 설을 덧붙인 것은 작자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시대상과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록한 성낙은 편저 ‘고시조 산책’과 한춘섭 편저 ‘고시조해설’ 등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필자는 이 글을 처음부터 작자가 ‘정몽주 어머니’라는 것을 부정할 의도로 쓴 것이 아니며, 그런 설도 있다는 점을 알려드린 것입니다. 더구나 이 글의 본 취지가 작가에 대한 논의가 아니었고 풍자문학의 전형이 되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문학작품은 발표되고 나면 평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김연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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