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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신뢰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김창현(세원셀론텍(주) PE사업본부장·전무)

  • 기사입력 : 2010-04-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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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해외 고객들을 만나면 어떻게 한국의 건설사들이 중동 플랜트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느냐는 질투 섞인 질문을 항상 받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에 발주된 중동의 주요 프로젝트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분투한 결과, 우리나라의 건설사들이 거의 싹쓸이를 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올해도 역대 최대 기록인 700억달러 정도를 수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2010년 정부 예산의 1/4이 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의 건설사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엔지니어링센터를 인도나 중국으로 옮기고, 기자재 구매처를 한국만이 아닌 중국이나 인도로 더욱 확장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방향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 중국이나 인도의 기자재 제조업체들이 더욱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그것은 한국의 동종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걱정해주는 고객도 많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 회사도 중국과 인도의 경쟁사들 때문에 가격 면에서 상당한 압력을 고객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경고는 요즘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10년도 넘게 전부터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자동차나 조선산업 같은 대규모 제조업이 여전히 중국보다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플랜트 설비제조업체들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신뢰’를 꼽고 싶습니다.

    중국이 앞으로도 신뢰할 수 없는 제품들을 세계시장에 내놓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는 굳건히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1일 신재생 에너지시장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미국회사의 임원과 회의를 가졌습니다. 그 임원은 자신들이 개발한 신제품은 비록 중국 내수시장이 크다고 할지라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사의 제품이 중국에 설치된 후 중국 업체들이 자신들의 신제품을 불법으로 모방하여 역공을 펼칠까봐 고심 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자재를 구매하는 메이저급 정유회사들도 중국산 소재를 쓰는 것에 대하여 여전히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도무지 품질의 안정성 면에서 신뢰를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도 중국산 소재를 고객의 동의하에 사용했다가 크게 낭패를 겪은 적이 여러 번 있기도 합니다.

    그 반면에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들은 어떻습니까? 대다수의 경영자들은 품질이나 납기 준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제조업체들은 납기에 문제가 생기면 난리가 납니다.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책상 하나 정도는 직원들 앞에서 엎어버리는 기개가 있는 경영자들이 우리나라에는 많이 있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을 밝혀가며 해내고야 마는 듬직한 기술자들이나 기능공들이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신뢰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리먼 브러더스가 촉발한 금융위기가 그랬고, 도요타 사태가 그렇고, 하토야마 내각의 독도 망언이 그러하며, 요즘 우리 국민들을 애달프게 하는 천안함 사건도 그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자신의 고객들로부터 변함없는 신뢰를 받을 수만 있다면, 그 회사는 자신의 고객들이 끝까지 지켜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공장에서 가끔 납기와 품질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할 때 곧잘 하는 말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품질은 나의 운명이요, 납기는 나의 얼굴이다.”

    김창현(세원셀론텍(주) PE사업본부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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