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끝) 세상과의 화끈한 한 판신의 영역에 올랐던 도전, 성공의 뒤엔 ‘사람’이 있었다나는 월급쟁이였다. 발목은 부러진 채였으며 젖먹이 아이를 둔 왜소한 체격의 아버지였고 밤낮없이 야근해대던 소심한 신참 과장이었다. 구멍 난 양말같이 숨기고 싶은 월급쟁이 남루한 일상이 미웠다. 남이 시키는 일만 하던 삶이었다. 시시했다. 입술이 부르트도...2016-03-28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9) 꿈을 좇아도 죽지 않는다내 생애 가장 치열했던 70일… 꿈 이룬, 꿈같은 등반살기 위해선 내려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이곳이 바닥이다. 땅으로부터 정상이지만 내려가기 위한 바닥이다. 더 이상 이곳에서 울어대면 숨이 차 죽겠다 싶어 하산을 서두른다. 걱정 말아라. 내 안에 있는 힘은 이미 모두 공중분해됐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알지 못...2016-03-21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8) 오르는 자의 꿈, 지구의 용마루람부라차! 마침내, 내 삶의 에베레스트에 올랐구나캠프4(8000m), 오늘과 내일 날씨가 맑다는 정보가 정상공격을 대기 중인 각국 원정대에게 급속히 퍼졌다. 대장님의 출발 명령과 동시에 우리 텐트도 마지막 패킹이 시작됐다. 아이젠을 꽉 채우고 산소마스크를 고쳐 쓴다. 배낭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짐을 다시 꾸린...2016-03-16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7)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었다이건 분명 미친 짓이다 … 그럼에도 가야만 한다한 달 만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무표정하게 보다가 웃어 보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했다가 결국 표정 없이 한참을 본다. 흉했다. 안 그래도 굵은 입술은 부르트고 터져서 군데군데 피가 말라 있다. 코는 직사광에 타버렸고 얼굴은 만년설에 시커멓게 변색...2016-03-07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6) 히말라야에선 삶을 사랑하게 된다잘난 척 포장하지 않는, 본연의 나만 존재하는 곳이 바닥에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높은 산은 마누라 산이다.’ 가족의 동의를 얻어내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전문 산악인도 나름의 고충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들의 원정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많은 것이 이루어져 있다. ...2016-03-02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5) 끝도 없는 고산병과의 사투숨 쉴 수 없었고 먹을 수 없었고 잠들 수 없었다히말라야 원정의 성패는 고산병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고소증세는 원정기간 내내 끼니처럼 따라다닌다. 인간이라면 예외 없다. 남대문 지퍼 내릴 힘이 없어 누군가 지퍼를 내려줘야 소변을 본다. 무기력이 온몸을 지배해 시커먼 크레바스를 가로지르는 알루미...2016-02-24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4) 유서 쓰듯 써내려 간 엽서들이제 마지막 오름, 당신과 아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급격한 사면에 황량히 뻗은 선명하고 가느다란 길. 저 길을 가면 내 꿈도 나오고 기쁨도 나올 테지만 어쩌면 좌절이나 패배, 슬픔도 나온다. 물끄러미 길을 노려보지만 외려 길은 휘어지고 숨고 나타났다 다시 끊어지며 나를 농락한다. 저 길을 가야 한다. 밑도 끝...2016-02-22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3) 죽음의 지대높아질수록, 마음은 오르길 원했고 몸은 내려가길 바랐다어제까지는 월급쟁이였고 오늘, 목줄이 풀린 ‘내’가 됐다. 지구별 용마루에 오르기를 학수고대했던 시간들이 마치 지금을 위해 존재한 것 같다. 지난 수많은 ‘오늘’들이 장대 끝에 깃발을 올리며 내 승리를 승인한다. 정상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려면 어떤...2016-02-15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 (2) 그래, 사표를 쓰자‘꿈이냐 밥이냐…’ 세 살배기 아들과 아내가 어른거렸다사는 법은 죽는 법에 달려 있다. 죽으면 썩어질 몸, 꿈이라도 꾸어보자 마음먹었다. 입 속으로 오물거리던 꿈을 입 밖으로 토해내니 거짓말같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꾸준한 수영 연습이 제 몫을 했는지 엉거주춤 제대로 걷지 못했던 다리가 회복의 기미를 보인다...2016-02-10 22:00:00
- 에베레스트에 오른 월급쟁이 이야기무엇이 평범한 직장인을 세계 최고봉으로 이끌었을까누구나 꿈은 있다. 하지만 선뜻 펼치기란 쉽지 않다. 먹고살아야 하고, 가족도 돌봐야 하는 팍팍한 현실에 시달리면서 빛을 점점 잃어간다. 꿈을 펼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용기다. 평범한 가장이자 직장인인 장재용씨의 히말라야 등정기를 통해 꿈...조고운 기자 2016-02-02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