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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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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이 낯선 인간- 인간은 왜 환경변화 속도를 못 따라갈까

  • 기사입력 : 2012-05-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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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여행을 했다 돌아오면 우리의 생물학적 시계가 다시 맞춰지기까지 몇 날이 걸린다.

    진화의학자 두 사람이 30년 전에 세계의 대표적인 오지를 여행했다. 한 사람은 히말라야로, 또 한 사람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하면서 현대의 문명병과 사회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간다. 이 여행에서 인간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다시 말해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이인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는 비만과 성인병,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하게 살지 못하는 노인들 등의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 나선다.

    이 책은 히말라야와 아프리카를 돌아보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와 인간의 발전과정에 대한 여행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여행을 통해 비만과 성인병 등 현대의 문명병과 사회 문제는 인간이 처한 환경의 변화 속도는 빠른데 생물학적 적응 속도는 느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거의 1만 년 전 환경에 맞춰 선택된 것들이고 어머니 뱃속에서 발생 초기에 주변 환경과의 맞물림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인데, 인간이 환경을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시켜서 자신의 적응 능력을 벗어나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몸과 마음이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과 맞물려 있지 않다는 기본 전제로 출발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맞물림(match)과 어긋남(mismatch)의 문제를 ‘미스매치 패러다임’(어긋남의 틀)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한다면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미스매치 패러다임’에 따르면, 빨라지고 있는 사춘기와 관련한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점점 좋아지면서 신체 발달과 정신 발달 사이에 생겨난 성숙의 어긋남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20대가 될 때까지는 21세기의 도시 정글에서 홀로 설 수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심리사회적 성숙이 육체적 성숙 이후에 일어나고 있다. (231쪽)

    저자는 “비만과 당뇨병,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 등은 대사의 어긋남으로 볼 수 있다. 즉 진화적으로 유전자에 설정된 우리 몸의 대사 능력이 풍요로워진 현대의 식생활 및 좌식 생활양식과 맞물리지 못해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이 책은 또 아직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후성유전학을 세계적인 권위자들이 설명한다. 후성유전이란 DNA 제어 부위(스위치)의 화학 구조가, 즉 유전자 발현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바뀌는 메커니즘으로, 그 효과는 일생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심지어 세대를 건너 전달되기도 한다. 임신부가 임신 중에 철과 엽산 같은 미량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하고 혈중 포도당 수준을 적절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나, 평균보다 작거나 크게 태어나서 나중에 비만 또는 성인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을 더욱 유심히 보살피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피터 글루크먼·마크 핸슨 저/김명주 역/2만원

    김용대기자 jij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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