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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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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 보는 그림책] (65) 내 탓이 아니야(레이프 크리스티안손 글·딕 스텐베리 그림/고래이야기)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

  • 기사입력 : 2012-06-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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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명의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는 한 아이. 아이들은 학교 쉬는 시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관심조차 없거나, 알고는 있지만 모두 자기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잘못된 일이란 걸 알지만 겁이 나서 말릴 용기도 없고, 모두 함께했기 때문에 내 탓이 아니라며 합리화한다. 아무 말도 못하고 바보처럼 울고만 있는 그 한심한 아이, 이 모든 것이 그 애 탓이라며 책임을 미룬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그 아이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별 뜻 없이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모두가 하나같이 ‘내 탓이 아니야’라고 외친다. 그렇다면 이 일은 누구의 책임일까?

    이 그림책은 하얀 바탕에 검정색의 얇은 선으로 14명의 아이들과 두 눈을 가린 채 울고 있는 한 아이를 그리고 있는데, 그중 진한 선으로 그려진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내 탓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 그림책의 작가는 유채색이 아닌 무채색으로만 표현해 그림책을 읽는 이들을 진지하게 만든다.

    학교 폭력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이때, 이 그림책은 우리에게 의문을 던진다. ‘정말 내 탓이 아닐까? 그렇다면 누구의 탓일까?’ 때리고 괴롭힌 친구들의 탓인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아이의 탓인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잘못을 보고도 묵인한 아이들의 탓인지 평소 우리들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한다. 어느 한 광고의 문구처럼 ‘그런 애들은 없습니다. 그런 무관심이 있을 뿐…’이란 말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꼭 학교 폭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 알 수 없는 이유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 개발과 발전이란 명목으로 훼손되고 있는 우리의 산과 숲,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아이들, 휠체어를 타고 가다 계단을 만난 장애인.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보고만 있어도 되는 일일까?

    EBS에서 방영된 한 프로그램에서 3명만 어떤 일에 관심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은 의지를 갖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이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셋이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이끌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다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용기 있는 3인이 되기를 바란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는 마음을 갖고 우리 아이들은 자기 탓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리더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조화연(창원 반송초 교사, 학교 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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