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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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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금융자본 100년 이면사)

세계의 부 빨아들이는 블랙홀 ‘조세 피난처’

  • 기사입력 : 2012-06-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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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거부들의 현대판 보물섬은 제주도 면적의 7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섬, 카리브 해의 케이맨 제도 (Cayman Islands)이다. 이곳에는 세계 부자들의 엄청난 자산이 숨겨져 있다. 케이맨 제도의 전체 예금은 10년 전 이미 2000억 달러를 넘어 스위스를 제쳤다. 국제 자금과 기업(페이퍼 컴퍼니)이 몰려드는 이유는 단 하나. 전주(기업주)의 이름을 묻지 않고, 소득에 대한 과세가 없기 때문이다.

    케이맨 제도는 조세 피난처의 대명사다. 부자들에게는 세금 없는 천국(Tax Heaven)이다. 니컬러스 색슨이 지은 ‘보물섬 :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자본 100년 이면사’는 조세 피난처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역외 거래의 주 무대인 조세 피난처의 실체를 집중 탐색했다. 저자는 조세 피난처를 중심으로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을 되짚어 보면서 이 체제가 전 세계에 미친 해악을 파헤쳤다. 범죄자들이 암약하는 지하 세계와 금융 엘리트들, 외교 및 정보 기득권 세력과 다국적 기업들이 역외 체제를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저자는 폭로한다.

    조세 피난처는 구미의 거부들에게만 국한된,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 재벌닷컴이 2011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자산 순위 30대 그룹이 해외 조세 피난처에 소유하고 있는 법인은 167개다. 2010년 이후 화제가 된 이름바 ‘구리왕’ 차 모, ‘완구왕’ 박 모, 선박왕 권 모씨의 사례에서 보듯, 납세 회피 및 자산 축적 때 조세 피난처는 그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삼성전자에 4700억 원 안팎의 세금 추징을 통보했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이 국외 특수 관계 법인과의 이전 거래를 통한 가격 조작으로 탈세를 했다는 입장이었고, 해당 기업은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 움직임을 보였다.

    역외에 손쉽게 설립할 수 있는 위장 회사를 통해 국내 재산을 도피시킨 후 해외에서 소비 또는 재투자하거나 자금 세탁을 거쳐 외국계 투자 법인에 대한 투자로 위장해 국내로 반입한 뒤 이를 통해 상속이나 증여 등을 세금 없이 실현하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 조세 피난처는 조세정의의 왜곡에만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의 불평등한 부의 이전, 나아가 국제적으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NYT)는 비정부기관인 ‘조세정의네트워크’의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조세 회피 개인 자산이 6년 전에 비해 배로 늘어난 1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옮긴이 이유영은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회원이며, 조세정의네트워크 한국 및 동북아시아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보다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국제 교역 규모가 커지는 것과 더불어 기업 집단 내부거래를 통한 조세 회피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니컬러스 색슨 저/이유영 역/부·키/2만원


    김용대 기자 jij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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