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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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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충무공 탄신일?- 유명규(글로벌 이순신연구회 회장)

  • 기사입력 : 2013-01-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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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의 탄신일로 올해 468회째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충무공 시호를 받은 위인들이 이순신 말고도 열 분이나 더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남이 장군의 시호도 충무공이며 이순신과 같은 시대의 인물인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과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역시 충무공이란 시호가 내려진 분이다.

    4월 28일을 전후해 매년 충무공 탄신일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성대하게 베풀어지는데 행사의 명칭이 대부분 그냥 ‘충무공 탄신일’로 표기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이순신 말고도 충무공이란 시호를 받은 분들이 여럿이라면 좀 더 명확하게 구별해 ‘이충무공 탄신일’이나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로 표기돼야 마땅한 게 아닐까?

    사실 충무공의 시호를 받은 여러 위인들 가운데 감히 비할 바 안 되게 그 업적이 큰 분을 꼽는다면 단연 이순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임진왜란 초기 진주성을 끝까지 지키고 순절한 김시민 역시 결코 그 업적이 작은 것은 아니되, 임진왜란 전 기간 7년여 동안 수십 차례의 해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일본이 완전 패퇴하는 순간까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이순신은 가히 우리 역사를 통틀어도 그만한 위인을 다시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순신은 모함에 의한 파직과 투옥 그리고 백의종군이라는 치욕 끝에 원균에 의해 풍비박산이 나 겨우 12척 남은 배로 다시 수백 척 막강한 일본수군과 명량에서 맞서 다시 꺾었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나라의 운명에 한 줄기 숨통을 틔워 주었다.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그 해전의 승리에 당시 참전 중이던 명나라 장수들도 놀라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때 임금 선조는 대수롭지 않은 승리라고 폄훼하며 마지못해 은 80냥을 상이라고 내려보냈다.

    우리는 매년 이순신의 탄신일은 물론 그와 관련된 수많은 기념행사를 전국 곳곳에서 성대하게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너무 겉치장에 치우친, 그저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 많은 행사들에서 우리 후손들에게 이순신에 대해 정말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연전연승이라는, 싸움만 하면 이겼던 그 영광 뒤에 가려진, 이순신이 겪으며 감내했던 그 수많은 고초들. 우리는 후손들에게 그 부분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순신은 죽은 후에까지도 그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노량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르던 이순신은 적탄에 맞아 장렬한 전사를 한다. 전쟁의 끝까지 그는 최전선에서 싸우고 또 싸웠던 것이다. 그의 전사를 알리는 급보가 한밤중에 한양의 궁궐에 도착했을 때, 임금 선조는 막 잠자리에 들려던 시각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의 전사 소식을 들은 임금 선조는, 이렇다 저렇다 일언반구도 없이 그 후임자 결정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날이 밝으면 관계부처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하고 잠자리에 든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그게 조선왕조실록(선조 106권, 31년 11월 24일자 기사)에 분명하게 적혀 있는 걸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명나라의 하찮은 장수들에게까지 버선발로 달려 나가 맞절을 해대던 그 예의바른 임금이…. 그리고 훗날 선무공신을 평가하는 자리에선 이순신과 원균을 똑같은 등급으로 매겨 이순신의 공을 끝까지 깎아내리려 했던 당시의 조정대신들과 임금 선조의 그 끝없는 밴댕이 소갈머리 짓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이순신의 위대성은 그런 고초의 연속 위에 우뚝 솟은 것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까지 우리 후손들이 제대로 알아야 이순신의 참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있을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에는 그런 점도 충분히 감안해 행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유명규(글로벌 이순신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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