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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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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당신- 정유미

  • 기사입력 : 2013-06-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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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여기간 일주일, 시집을 빌린다

    몽글몽글 침이 고여오는 것이

    씹을수록 달라붙어



    연애시절 그는

    시집 속 빗물 같아서

    한 구절 한 단락이 뻐근하게 저려와

    아프게 묻곤 뜨겁게 끄덕였지



    그의 우산이 되려

    헤어지지 않을, 주문을 했어



    손 안에 든

    머리맡에 놓인

    훔치거나 엿보지 않아도

    드문드문 읽히는 당신.




    - <경남문학> 2012년 여름호

    ☞ 이 시는 ‘시집’ 읽기를 ‘연애시절’에 빗대어 어깨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풀어낸 작품이다.

    정유미 시인은 시 맛보기의 갈증을 ‘침이 고여오는 것이/ 씹을수록 달라붙는다’고 한다. 아무튼 ‘연애’란 단어만 떠올려도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이 있을 게다. ‘연애’는 생의 활력소가 되게 하여 정신을 번뜩 들게 하고 사색을 많이 하게 만들어 준다.

    대략 시집 한 권에 60편 정도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편편이 ‘연애시절 그’와 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단 한 편이라도 가슴에 와 닿는다면 얼마나 좋은 시 맛보기일까. 장맛비 내리는 저녁에 ‘손 안에 든/ 머리맡에 놓은 시집 한 권이 그리워진다.’ 빗 속에 ‘한 구절 한 단락’을 상상하면서 청춘의 미로를 걸어 보거나 ‘그의 우산이’ 되어 보기도 하는….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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