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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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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한장- 이한걸

  • 기사입력 : 2013-07-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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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원 한 장

    키 낮은 처마 맞대고 이어진 동네

    골목길을 형제가 걸어가고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목에 걸린 열쇠

    달랑달랑 흔들린다



    학원에도 못 가고

    물놀이도 못 가고



    여름 해 넘기는 게 지루했던 아이들

    구멍가게 가는 얼굴 웃음이 넘친다

    날마다 엄마가 주는 천 원짜리 한 장

    동생 손에서 팔랑거린다

    - 시집 <족보> 중에서

    ☞여름방학이 가까워졌습니다. 할머니 댁에 갈까, 해수욕장 갈까, 아님 집에서 게임을 실컷 할까? 아이들이 들떠 있을 때입니다. 이 시의 아이들은 가난을 모르는 천진한 모습입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면 동날 ‘천 원 한 장’이면 족합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것 같지만 돌봐줄 사람도 없습니다. 집 열쇠를 목에 걸고 골목길 지나다니는 아이들. 흔들리는 열쇠만큼이나 불안해 보이는 아이들. 그러나 학원 안 가도 좋고, 물놀이 안 가도 괜찮은 아이들. 지폐를 팔랑거리며 구멍가게로 달려갑니다. 비싼 놀이공원에 가는 것만큼이나 행복합니다.

    ‘천 원짜리 한 장’이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아이들 세상이 부럽습니다. 형을 의지하는 동생의 마음과 지폐를 양보하는 형의 의젓함도 느껴집니다.

    시인은 두 형제를 대견스러워하며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로 내몰리게 될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 안쓰러워하고 있습니다. 이주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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