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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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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매화- 송찬호

  • 기사입력 : 2013-07-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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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 뜨는 초저녁

    활짝 핀 매화 아래 서니

    매화에 달을 그린

    그림쟁이의 마음을 조금 알겠네



    매화는

    달이 얼마나 맑고 차운지

    가까이 불러 한번 어루만져보고 싶었을 테고



    달은 또 매화 곁으로 조금씩 옮겨 앉다가

    그 향기를

    지팡이 삼아

    꽃 한 가쟁이를 꺾어 가고 싶었을 테고



    그래서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매화 우에 달이 출렁 얹힐 때

    달도 한번 몸을 푸르르 떨겠네

    - <현대문학> 7월호

    ☞ 지금쯤 많은 가정에서 매실 엑기스가 익고 있을 테지만, 그 매실이 영글기까지는 저렇게 아름다운 장면이 수십 번 스쳐 갔을 겁니다. 달이 매화나무에 걸린 모습이 얼마나 매혹적이었으면 ‘그림쟁이의 마음을’ 알겠다고 할까요. 시인도 결국 언어로써 매혹적인 그림 한 폭을 그려놓고 말았습니다.

    매화는 달을 어루만지고 싶고, 달은 매화 곁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달은 매화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매화를 떠나야 하는 달은 ‘꽃 한 가쟁이’라도 꺾어 가고 싶은 심정일 테죠.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을 ‘지팡이 삼아’ 우주를 다닐 수 있게 말입니다.

    마지막 연에서는 미학적 분위기가 절정에 달합니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매화 우에 달이 출렁 얹힐 때’의 역동성과, 거미줄에 걸린 양 ‘몸을 푸르르’ 떠는 달의 모습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안겨줍니다. 우주의 섭리로 보면 죽음마저도 경이로운 것이며, 고통과 매혹은 한통속이라고 시인이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이주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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