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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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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8) 제4화 돈이 많이 남는 장사 ⑧

“내가 업어줄까?”

  • 기사입력 : 2013-08-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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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대한은 일어나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마당으로 굵은 빗줄기가 장대질을 하고 있었다. 빗줄기에 오장육부가 시원하게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부엌에서는 이윤자가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장대한은 아침을 먹고 강화도로 달려갔다. 하루에 갔다가 오기는 강화도가 무난했다. 이윤자가 새로 산 차는 시승감이 좋았다. 엔진이 부드럽고 중량감이 있었다. 이윤자는 장대한을 만나면서 달라져 아파트도 샀다. 뉴타운개발이 되기 때문에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비가 많이 오는데 괜찮아? 늦장마인 것 같아.”

    이윤자가 옆에 앉아서 걱정했다.

    “괜찮아. 멀지도 않고….”

    “벼들이 파래. 이제 곧 가을이 올 텐데….”

    “알곡이 영글기 시작했을 거야.”

    김포평야는 넓고 끝이 없었다. 끝없이 넓은 논에 빗줄기가 하얗게 쏟아졌다.

    “커피 마셔?”

    이윤자는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시중을 들면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했다. 나이가 들었어도 드라이브를 하는 일에 들떠 있었다.

    강화도에 이르자 바닷가에 차를 세워 놓고 걸었다. 장대한은 우산을 들고 이윤자는 장대한의 팔짱을 끼었다. 휴가철이 끝나고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바닷가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바다를 보자 아내와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두 사람을 생각하자 가슴이 묵직하게 저렸다.

    아내는 딸을 데리고 호주로 떠났다. 아내는 딸의 교육 때문이라고 했으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이혼한 상태로 떠났다. 돌아오지 않으면 남남이 될 것이다.

    ‘아내에게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내를 한 번도 의심한 일이 없었다. 호주로 딸을 데리고 떠난 것은 어떤 이유인지 모른다. 딸의 교육 때문이라고 하지만 진실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무슨 생각해?”

    이윤자가 장대한을 힐끗 쳐다보았다.

    “바다를 보면서 인간이 참 왜소하다고 생각했어.”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많은 물이 다 어디서 왔는지 신기해.”

    “물뿐인가? 길가의 풀들도 수없이 싹이 나고 시들지.”

    빗줄기는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장대한은 해안을 걷다가 음식점으로 돌아왔다. 해물파전을 주문하여 막걸리를 한 사발씩 마셨다. 음식점에 앉아서 비 오는 바다를 내다보고 있다가 절로 올라갔다. 절은 산 중턱에 있는데 이윤자는 중간도 올라가지 않아 헐떡거렸다.

    “내가 업어줄까?”

    장대한이 이윤자에게 물었다.

    “어머, 대낮에 어떻게 여자를 업어?”

    이윤자가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를 질렀다.

    글:이수광 그림:김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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