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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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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문안 인사- 이학수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3-1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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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자셨습니까?” “저녁 자셨습니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웃간 문안인사는 이런 식이었다. 먹을 게 없어 끼니를 거르는 것이 예사였던 시절, 식사를 했는지는 최대의 안부였다. 어릴 때부터 그 의미도 모르고 이렇게 인사하면 어른들은 대견스러워 했다. 그게 좋은 말인 줄 알고 더 했던 것 같다. 한참 뒤에야 그 뜻을 알고서는 서글펐다. 배고픔을 벗어난 지금도 시골에 가면 이 인사법이 통한다.

    ▼물질적 풍요가 이뤄지면서, 도시화된 요즘은 이렇게 인사하지는 않는다. 대다수가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로 인사한다. 반갑다는 사전적 의미로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거나 원하는 일이 이루어져 마음이 즐겁고 기쁘다는 뜻이다.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이니 좋은 말이다. 만나서 반갑고, 편안한지 묻는 것이 한 끼 먹거리를 걱정했던 지난날보다는 한결 나아 보인다. 사람 사이에 만나고 헤어질 때는 어차피 인사를 하게 마련이다. 이왕이면 듣기 좋은 인사말이 좋다.

    ▼그런데 요즘 이 ‘안녕’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대에서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순식간에 전국 대학으로, 고등학교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확산되고 있다. 거기다 찬반 논쟁까지 가열되면서 열기가 후끈 달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감한다가 그렇지 않다보다 배 이상 나왔다. 한 학생의 문제 제기가 10대, 20대는 물론 40대, 50대까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대자보를 넘어 1인 시위와 촛불집회로 이어지며 각자가 나름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대고 있다. ’안녕 신드롬’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이에 기성세대가 ‘응답’을 보내고 있다. 한 정치인은 “고작 이런 세상밖에 주지 못한 것인가 부끄럽고 미안해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한 종교인은 “대립과 소통의 부재에 일상에 무디어진 무관심을 각성시켰다”고 했다. 이구동성으로 정치권이 귀를 기울이고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안녕 못하다는 솔직한 고백이 사회 변화의 동인이 될 것 같다. 그동안 타성에 젖어 그냥 무의식적으로 안녕하십니까를 건네지는 않았는지. “문안인사 여쭙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이학수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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