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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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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개구리 소년과 신의 선물-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3-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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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91년 대구에 살던 초등학생 5명이 와룡산에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나섰다가 실종된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이 26일 23주기를 맞았다. 아이들은 사건 발생 11년여 만인 2002년 9월 와룡산 세방골에서 유골로 발견됐지만 지금까지 사건 경위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남은 유족들은 이미 공소시효는 지난 2006년 끝나 다시 수사를 할 수 없지만 응어리진 한을 풀기 위해 범인이 양심선언이라도 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였다.

    ▼요즘 납치됐다가 죽임을 당한 사랑하는 딸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TV드라마 ‘신의 선물’이 부모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딸아이가 유괴돼 죽임을 당하자 삶의 의미를 잃은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어쩐 일인지 사건 발생 14일 전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이때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건 엄마의 눈물겨운 노력이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 ‘신의 선물’의 모티프는 안데르센 동화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한다. 아기가 죽자 엄마는 아기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저승사자를 찾아간다. 저승사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길을 알려주는 대가로 엄마의 눈을 요구하고 검고 긴 머리칼을 흰머리와 바꾸는 등 우여곡절 끝에 저승사자를 만나 “제발 제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기를 억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비참한 생을 살 수 있다”는 저승사자의 말에 결국 아이를 보내고 만다. 슬픈 선택이지만 아이를 위한 엄마의 마지막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경남에만 실종·가출 접수가 4969건, 전국적으로 3만8695건으로 하루 평균 106명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창원천광학교에서 실종됐던 자폐성 장애아동 정민기 군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남의 일 같지 않던 사건들은 곧 잊히고, 수많은 실종 대책이 나왔지만 그때뿐이다. 가족을 잃은 남은 사람들만 평생 가슴속에 돌덩이를 얹고 산다. 사람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가족의 인연은 신의 축복이자 선물이다. 그런데도 내 부모여서, 내 자식이어서 감사하다는 말 한 번 하기가 왜 이렇게 쑥스러울까.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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