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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그래도 쉽게 성내지 말고 오래 참아 보자- 주선태(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4-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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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슬프고 부끄럽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발생했다.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대한민국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특히 피해자의 대부분이 꽃다운 17살 고등학생들이라는 사실에 전 국민이 비통에 빠졌고, 사고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슴을 졸이며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시나브로 분노가 폭발했다.

    국민들이 공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2014년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것이 가장 큰 까닭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며, 우리의 과학기술은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정도로 발달한 선진국이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겨우 수심 30m 바다에 우리의 아들딸들이 280여명이나 빠져있는데 구조는커녕 손도 못 댔으니, 그동안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고 허세를 부려온 것이 그저 부끄럽고 화가 날 따름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언론보도의 이면에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는 사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 침몰하는 배를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에게는 직업윤리나 책임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또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책임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피해규모가 커졌다. 여기에 인터넷과 SNS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각종 루머가 넘쳐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이 모든 것이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다.

    그런데 이제 분노하는 국민들은 그 분노를 표출할 대상으로 선장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의 선장은 사고 직후 직무를 다하지 않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도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상상 이하라는 것은 사고 초기부터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 구조 활동에서 무능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안행부의 중앙재난대책본부, 해경, 해군 모두 국민들의 원망과 분노를 피할 수 없다. 이들이 신속한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한 명의 아이도 살려내지 못한다면 향후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장과 그의 부하직원들을 비난한다고 해서 숨진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또 선장에게 2697년의 형량을 구형한다고 해서 분노가 사라지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비난을 하면 할수록 더욱 속만 상하고 꽃다운 나이에 차가운 바닷속에서 유명을 달리한 아이들에게 미안함만 커질 뿐이다. 그런 선장에게 배를 운항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허락한 사람들도 우리들이고, 아이들에게 선장의 말에 순종하고 따르라고 가르친 사람들도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고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인재로, 선장과 그의 부하직원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고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성난 목소리로 비난만 하고 처벌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만 더할 뿐이다. 그런 비난과 극단적인 행동은 우리 사회의 절망의 끝을 드러낼 뿐이다. 오히려 지금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필요하다. 그 희망은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진실로 함께 아파하고 위로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또 더디게 보이는 구조 활동마저도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쉽게 성내지 아니하고 오래 참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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