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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이배용(한국학중앙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14-05-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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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피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간 영혼들의 영정 앞에 서니 슬프고 참담한 심정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처절한 아픔을 겪는 유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인들 위안이 될 수 있겠는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교육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허망함과 부끄러움이 가슴을 저밀 뿐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총체적 반성과 세밀한 점검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다시는 이러한 천재지변도 아닌 어처구니없는 인간에 의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서는 국가적 안전관리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그것은 기술적인, 제도적인 부분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닿아야 하는지 정신과 가치의 문제까지 함께 거론돼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모두 내 탓이오”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국민 모두가 정신적 재무장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첫째, 생명존중과 직업윤리 의식의 부재가 더 큰 재난을 몰고 왔음을 인지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공동체의식, 책임의식이 강조되어야 한다. 선장의 자기만 살아야겠다는 파렴치한 생의 탐욕, 선장과 함께 배를 버리고 달아난 항해사들의 직업윤리의 기본적 도의마저 저버린 비겁한 도주는 도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이기심의 극치였다.

    오히려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친구들을 위해 구명조끼를 양보한 우정, 안내방송만 믿고 제자리를 지킨 질서의식, 오히려 선생님을 걱정하고 부모를 걱정했던 순수성들을 이제 어디서 만나보겠는가.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관련자는 철저히 응징하고, 맡은 바 본분을 다하는 사회 질서의 회복이 절실한 시절이다.

    둘째, 위기대처능력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재난이 처음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다. 대구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이 일어났을 때는 모두 관심이 집중되다가 얼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고 다시 무관심과 방심으로 되돌아간다. 또한 대강대강 넘어가는 행정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된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보다 성실하고 치밀하게 다시는 이러한 재난이 일어나지 않게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일찍이 율곡 선생께서 지혜에는 3등급이 있는데, 가장 높은 지혜인 상지(上智)는 아직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나 미리 예견하고 방비책을 세울 수 있는 지혜, 중지(中智)는 지금 일이 벌어졌음을 감지하고 신속한 대처를 취할 수 있는 지혜, 하지(下智)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갈팡질팡, 속수무책의 단계라 했다. 앞으로 뼈아픈 경험과 폭넓은 지식과 사려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상지(上智)의 단계까지 국가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셋째, 사람의 마음에서 진정성을 갖추는 길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노년기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인성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 백만의 매뉴얼을 작성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매뉴얼을 작동하고 움직일 인간의 마음과 손길이 가지 않는 한 의미가 없는 일이다.

    정말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이 바르게 다가가야지 기술도 제대로 작동하고, 제도도 올바르게 운영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숨 가쁘게 경제성장을 위해 달려왔다. 물질문화 못지않게 이 시점에서 정신문화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잘사는 나라로서뿐 아니라 바르게 사는 나라, 안전하고 좋은 나라, 신뢰 받고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합심해 주력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분석을 나침반 삼아 다시 한 번 위기대처 기능과 정신적 가치를 튼튼히 해야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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