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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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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전쟁을 멈춘 축구의 신-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5-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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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서쪽에 낯선 나라 코트디부아르가 있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온 식민지 국가였다가 독립국가가 된 것은 1960년. 하지만 나라 이름은 몰라도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를 아는 사람들은 많다. 그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으로 프랑스 리그에서 활약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부상했다. 그러나 드로그바가 유명세를 탄 것은 단지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5년간 지속돼온 내전을 그의 호소 한마디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코트디부아르는 독립 후 30년 이상 집권해 온 우푸에부아니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군부를 중심으로 쿠데타가 반복돼 심각한 내전에 시달렸다. 프랑스군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했다.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이 주둔했지만 정치와 사회는 혼란했고 국민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떨어야 했다. 좀처럼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내전은 지난 2006년 5월 코트디부아르가 사상 처음으로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으며 기적이 일어났다.

    ▼드로그바는 본선 티켓을 거머쥐고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자축하던 중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우리 1주일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라고 호소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내전의 당사자인 정부군과 반군 양쪽 지도자들은 그의 호소에 따라 1주일간 전쟁을 멈췄다.

    ▼코트디부아르는 2년 뒤인 2007년 내전이 종결됐다. 드로그바는 만년 2류 팀인 첼시를 우승시키고 현재 터키 갈라타사라이 팀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축구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조국에 병원을 짓고 아프리카의 전염병 퇴치 등 기부에도 참여하면서 검은 예수로, 우리나라에서는 ‘드록바’와 ‘신’을 합친 ‘드록신(Drogshin)’으로 칭송된다. 이 시간에도 여전히 많은 나라가 분쟁과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오는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만이라도 분쟁이 멈췄으면 좋겠다.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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